-정부, 2017년까지 모든 임대주택 관리 민간 개방서 여론 떠밀려 두 차례 수정
-영구임대만 민간 개방 없던일로…50년·국민임대는 입주자 동의 거쳐 시행
[아시아경제 박혜정 기자]공공임대주택 관리업무를 민간에 개방하려던 정부 계획이 '반쪽짜리'가 됐다. 새누리당과 국토교통부 등 당정은 18일 이와 관련한 협의를 갖고 영구임대주택 관리 업무는 종전대로 한국토지주택공사(LH)가 맡고 50년·국민임대주택 관리는 연구용역과 입주민 동의를 거쳐 민간 개방을 추진키로 합의했다. 연초 정부가 모든 임대주택 관리를 민간에 개방하려는 제스처를 취했으나 여론에 밀렸다는 지적이 나온다.
이처럼 정부 계획이 틀어지게 된 것은 민간에 관리업무를 넘길 경우 비용과 서비스 품질이 양립하기 어렵다는 지적 때문이다. 현재 영구임대 등의 관리업무를 맡고 있는 주택관리공단이나 입주민들은 관리 서비스의 질이 떨어질 것이라며 우려하고 있다. 입주민 11만여명은 민간 위탁에 반대한다는 서명을 하며 공개적으로 반대 입장을 밝혔다. 국회의원 100여명도 정부 방침에 부정적 입장을 피력한 것으로 알려졌다.
때문에 임대주택 관리의 민간 위탁 계획은 두 번에 걸쳐 수정됐다. 올 1월 정부가 공공기관 정상화 방안 중 하나로 LH의 모든 임대주택 관리(임대관리+주택관리) 업무를 2017년까지 단계적으로 민간에 개방한다고 발표했다. 관리비 인상 등을 우려한 반대 움직임이 일자 5월 말 당정협의에서는 공공성이 높은 영구·50년·국민임대는 2017년부터, 5년·10년·매입임대는 올해부터 민간에 개방하기로 노선을 수정했다. 그런데도 반대서명이 확산되자 당정은 18일 영구임대를 민간 개방 대상에서 제외하는 재수정안을 내놓았다. 입주민의 우려를 적극 반영해 정책 방향을 수정했다고 하지만 결국 여론에 떠밀린 것을 자인한 셈이다.
현재 LH임대주택(80만4517가구)은 LH가 직접 관리하는 54만8010가구(68%)와 LH의 자회사인 주택관리공단이 위탁 관리하는 25만6507가구로 크게 나뉜다. 공단은 LH와 장기간 수의계약을 맺고 임대주택을 관리 중이다. 당정 합의안대로라면 5년·10년·매입임대 12만6481가구를 비롯한 50년·국민임대(43만2000가구) 중 민간 업체 관리를 원하는 일부는 민간에 개방된다. 지금처럼 LH와 공단이 관리하는 영구임대는 14만1150가구로 전체 임대주택의 17.5%에 불과하다.
국토부는 향후 50년·국민임대 관리의 민간 개방을 위한 입주민 동의를 받는 데 큰 어려움이 없을 것으로 보고 있다. 지난해 임대주택 단지관리종합평가 입주민 만족도 조사 결과를 보면, 전체 주택관리업체에 대한 평균 만족도는 8.17점이었다. 공단에 대한 만족도는 8.13점으로 민간주택관리업자(8.2점)보다 낮았다. 이는 지난해 6월30일까지 입주를 마친 위탁관리 단지를 대상으로 한 조사로, 도시형·분양전환·매입임대 등은 제외됐다.
국토부는 또 민간 업체에 임대주택 관리를 맡길 때 관리비 상한선을 정해 관리비 상승 우려를 불식시키겠다는 방침이다. 김재정 주택정책관은 "민간 업체를 선정할 때 관리비를 공단 이하로 받으라고 실무적으로 명시하면 돼 관리비 상승 우려는 문제가 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상대적으로 공공성이 떨어진다며 당장 올해부터 민간 개방 대상이 된 5년·10년 임대주택의 입주민은 반발할 것으로 예상된다. 공단 관계자는 "임대주택 입주민들의 모임인 공공임대주택 전국대표자협의위원회에서 5년·10년 임대주택 등도 공공성이 강한데 왜 민간에 개방되냐며 지속적으로 반대 서명을 받겠다고 밝혀왔다"고 전했다.
박혜정 기자 parky@asiae.co.kr
<ⓒ투자가를 위한 경제콘텐츠 플랫폼,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