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롯데 불매운동에 주부알바·협력사직원이 떠는 이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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롯데 불매운동에 주부알바·협력사직원이 떠는 이유 소상공인연합회 회원들이 롯데마트 앞에서 불매운동을 벌이고 있다.<사진=소상공인연합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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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이경호 기자]"오너일가에 대한 반감은 다 마찬가지죠. 그렇다고 매장앞에서 불매운동 벌이는 것은 애먼 사람들 생계만 위협하는 것이에요. "
수도권 한 롯데마트의 파트타임 계산원으로 근무하는 주부 이모씨(48)는 롯데그룹 불매운동을 바라보며 이 같이 말했다. 중학생 3학년 딸을 둔 그는 사교육비에 보탬이 되고자 얼마전부터 이곳에 근무했다. 그런데 최근 롯데사태가 벌어지면서 한 단체 관계자들이 매장 앞에서 롯데 불매운동 피켓을 들고 서 있는 것을 보면서 한숨을 내쉬었다.


이모씨는 "고객이 줄거나 매출에 피해가 발생하지는 않지만 직원들 사이에서는 이번 사태를 일으킨 오너일가에 대한 불만과 더불어 불매운동이 더욱 커지지 않을까 우려하는 목소리도 높다"고 말했다.

롯데 식음료부문 협력업체에 근무하는 박모씨(35)는 "생산이나 유통과정, 제품에 결함이 발견되거나 불법, 비리, 부정행위가 벌어져서 지탄받을 일이라면 몰라도 오너들 싸움과 국적시비를 핑계로 그룹 모든 사업에 피해를 주겠다고 하는 것은 갑(甲)을 죽이자고 을(乙)도 함께 죽이자는 것과 다름없다"고 말했다.


13일 롯데그룹에 따르면 롯데그룹은 80여개 계열사, 연매출 83조원의 재계 서열 5위 기업이다. 그룹이 직접 고용하는 임직원만 10만여명, 협력업체 간접고용을 더하면 13만명, 이들의 직계가족 등 직간접으로 연결된 사람은 35만여명으로 추정된다. 롯데그룹은 향후 3년간 13만명의 직간접 고용규모를 59만명까지 늘린다는 계획이다.

롯데그룹이 공정거래 및 동반성장협약을 체결한 협력업체만 봐도 롯데슈퍼가 600개사, 롯데쇼핑(롯데백화점)이 510개사, 롯데마트 200개사 , 롯데건설 166개사, 호남석유화학 148개사에 이른다.


롯데그룹 불매운동이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백화점,마트,슈퍼 등 점포를 늘릴 때마다 소상공인과 지역시민단체를 중심으로 불매운동이 벌어져왔다. 이번에는 그룹의 사업과 직접적 연관이 없는 오너일가의 경영권분쟁이 국적논란으로 비화되면서 그룹 전체를 대상으로 한 불매운동으로 확산됐다. 불매운동을 시작한 금융소비자원이라는 단체와 소상공인연합회라는 단체는 개별운동을 해오다 공동운동을 벌이기로 했다. 기한도 정해놓지 않았다.


두 단체는 "롯데 불매 운동을 더 적극적으로 전개해 공정한 시장 경제와 대기업 횡포로 불거진 소상공인, 자영업자 등 서민피해를 개선해 나가기로 했다"며 "다음 주에 연대 집회도 열 계획"이라고 말했다.


인천지역 시민단체인 인천평화복지연대라는 곳도 내주부터 소비자ㆍ상인 단체, 을살리기인천운동본부 등과 함께 인천 시내 롯데 계열 매장들을 돌며 불매운동 캠페인을 벌이기로 했다. 또한 2차례에 걸쳐 '롯데 제품 소비하지 않는 날'을 정해 '소비 파업'에 들어갈 예정이다. 이들은 한국 재벌 개혁 방안을 찾는 토론회도 열 계획이다. 순환출자 등 재벌 그룹의 문제점이 고쳐질 때까지 행동하겠다는 것이다.


학계도 우려의 목소리를 내고 있다. 조동근 명지대 교수는 "롯데그룹 지배주주 일가의 국적과 지배구조를 시비삼아 불매운동을 벌이는 것은, 롯데와 연결된 35만 명의 밥그릇을 발로 걷어차는 것"이라면서 "이들은 '누가 얼마만큼 지분을 가졌는지 그리고 롯데의 지배구조가 어떻게 짜여있는 지' 알지 못한다. 또한 알 이유도 없다. 이들에게 불매운동은 맑은 하늘에 날벼락이나 마찬가지"라고 지적했다.


조 교수는 "불매운동론자들은 자신들이 정말로 응징하고자 하는 쪽은 롯데 지배주주일 뿐이라고 말하지만 이는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면서 "롯데 그룹에 연결된 모든 사람들에게 피해가 갈 수 밖에 없다. '고용절벽'을 이야기하면서 고용기회를 걷어차고 있는 것이 우리의 실상"이라고 말했다.




이경호 기자 gungho@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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