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박선미 기자]계속되는 위안화 가치 급락으로 부담을 느낀 중국 중앙은행이 위안화를 방어하기 위해 외환시장에 개입했다는 의혹이 제기되고 있다.
12일(현지시간)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익명을 요구한 중국 국유은행 관계자의 말을 인용해 "인민은행 지시로 국유은행들이 상하이 외환시장에서 장 종료 직전에 달러화를 매도하고 위안화를 매수하는 방식으로 위안화 가치 낙폭 줄이기에 나섰다"고 보도했다.
블룸버그 등 다른 외신들도 상하이 소재 외환 트레이더들의 말을 인용해 "정부가 달러·위안 환율을 6.43엔 수준에서 방어하기 위해 국유은행들로 하여금 달러를 매도한 정황이 포착됐다"고 전했다. 이날 상하이 외환시장의 거래 대금도 비교 가능한 자료가 있는 2013년 이후 최대수준을 기록해 이례적인 모습을 나타냈다.
이날 상하이 외환시장에서 위안화는 최근 4년래 가장 낮은 수준인 달러당 6.45위안까지 떨어졌지만 정부의 환시 개입이 시작된 것으로 추정되는 장 종료 15분 전 부터 낙폭을 줄이더니 전날 마감가 대비 1% 상승한 6.3870위안에 거래를 종료했다. 상하이 외환시장에서 거래되는 위안화는 '고시환율의 ±2%'라는 일일변동폭 제한을 받는다.
인민은행이 외환시장 거래 가격을 참고해 고시환율을 정하겠다고 표명했기 때문에 13일 고시환율은 위안화의 낙폭을 줄이는 쪽으로 발표될 가능성이 높아졌다.
외환시장 전문가들은 위안화 가치 하락이 중국 수출경제에 도움이 될 수는 있어도 그 정도가 지나치면 자본유출이 악화하고 달러 빚을 지고 있는 중국 기업들의 부채 상환 부담이 가중되기 때문에 인민은행이 과도한 위안화 매도를 견제하고 있는 것이라고 풀이했다.
외환시장에서는 위안화 가치가 앞으로 더 떨어질 가능성이 높다고 보고, 정부의 추가 환시 개입 가능성을 예의주시하고 있다. 중국 정부의 규제를 받지 않는 역외(홍콩) 외환시장에서 위안화 가치는 달러당 6.54위안 수준까지 떨어져 있는 상황이다.
왕타오 UBS 이코노미스트도 올해 말 환율 전망을 기존 달러 당 6.3위안에서 6.5위안으로 수정하며 위안화 가치가 더 하락할 가능성에 무게를 뒀다. 중국 자오샹(招商)은행은 위안화 가치가 앞으로 5% 추가 하락할 가능성이 있다고 점쳤으며 도이체방크는 10% 추가 하락을 전망했다. 스위스 은행인 크레디트스위스도 위안화 환율이 달러 당 6.8위안까지 밀릴 수 있다고 진단했다.
호주 커먼웰스 은행의 앤디 지 환율 분석가는 블룸버그와의 회견에서 "환율이 6.7위안까지 하락하면 인민은행의 추가 개입이 있을 것이라 판단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박선미 기자 psm82@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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