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사도 적자 중인데 지난해 이어 한진인터네셔널·아이에이티 등에 출자
[아시아경제 박미주 기자]대한항공이 올해도 수천억원대의 자금을 부실 계열사에 지원한다. 대한항공은 지난해까지 연속으로 수천억원대 적자를 봤던 터라 지원자금은 유상증자를 통해 시장에서 조달한 것으로 보인다.
10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대한항공은 지분 100%를 소유한 미국 소재 호텔업 및 빌딩임대사업체 한진인터네셔널코퍼레이션에 2344억여원을 유상증자 형태로 출자한다. 이는 지난해 말 대한항공 자기자본의 10.65%에 해당하는 규모다. 미국 LA 다운타운 소재 윌셔 그랜드 호텔 재개발을 위한 자금이다.
이달 대한항공은 지분 90%를 보유한 항공기 엔진 수리업체 아이에이티에도 103억여원을 출자한다. 지분 33.23%를 소유한 한진해운에도 2200억원의 대여금 만기를 1년 연장해줬다.
대한항공이 지원하는 이 계열사들은 최근 적자를 면치 못하고 있다. 지난해 말 기준 한진인터네셔널은 26억여원, 아이에이티는 1억여원, 한진해운은 4233억여원의 당기순손실을 기록했다. 2013년에도 한진인터네셔널은 356억여원, 아이에이티는 5억여원, 한진해운은 7066억여원의 당기순손실을 냈다.
대한항공의 계열사 지원도 처음이 아니다. 지난해에도 한진해운에 제3자 배정 유상증자 형태로 4000억원을 지원했다. 한진해운의 안정적 경영권 확보를 통한 물류 시너지 창출이란 명목이었다. 아이에이티에도 지난해 3월과 11월 각각 117억원, 135억원을 지원했다. 지분 100%를 소유한 스포츠ㆍ오락 관련 서비스업체 왕산레저개발에는 지난해 4월과 10월 각각 140억원, 300억원을 출자했다. 왕산레저개발도 지난해 당기순손실은 3억여원을 기록했다.
계열사들에 수천억원대의 자금을 지원하고 있지만 정작 대한항공 상태도 좋지 않다. 대한항공의 부채비율은 2012년 771.1%를 기록한데 이어 2013년 823.3%, 2014년 982.0%로 늘었다. 대한항공은 2013년과 2014년 2년 연속 각각 3835억여원, 4578억여원의 당기순손실을 기록했다. 올해 1분기에도 당기순손실이 1330억여원이었다.
올해 3월 대한항공은 운영자금을 위해 4985억여원가량의 주주 대상 유상증자를 실시했다. 이 자금을 계열사에 투입한 셈이다.
사정이 이렇다보니 신용도에도 빨간불이 켜졌다. 한국신용평가는 "한진해운의 경영정상화 여부 불투명, 호텔ㆍ레저사업 강화 등 요인으로 계열사에 대한 대한항공의 재무적 지원부담이 크게 확대되는 경우 신용등급 하향압력이 증가할 수 있다"고 밝혔다.
업계 지배구조 전문가는 "계열사 지원은 국내 재벌 위주의 기업 지배구조에서 비롯된 관행이자 폐단"이라며 "본업과 거리 있는 계열사 지원은 기존 대한항공 주주가치에 문제의 소지가 될 수 있다"고 꼬집었다. 한 증권사 연구원도 "대한항공은 본업만으로 운영이 잘 될 수 있어 항공주로 봤을 때 한진해운, 호텔ㆍ레저 쪽 투자는 지양했으면 한다"고 했다.
이에 대해 대한항공 측은 "한진인터네셔널은 호텔 짓는 데, 아이에이티는 인천경제구역 항공산업 클러스터 조성 관련 첨단엔진센터를 건립하는 데 투자하는 것으로 부실 계열사 지원과 연관 없다"며 "호텔 사업 등은 항공은 아니지만 기존에 영위하고 있던 사업"이라고 설명했다.
박미주 기자 beyond@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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