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2년 5월 서울시가 전면 철거 대신 일부 주거지를 보존하는 방식의 재개발 정비계획을 처음으로 수립했으나, 주민들과 사업시행자인 한국토지주택공사(LH)가 전면 철거를 요구하면서 3년여간 정체 상태에 놓여 있다.
30일 서울시에 따르면 최근 중계동 104번지 일대 개발사업을 두고 LH와 주민들이 시에 구체적인 사업성 향상 요구조건을 제시했으며 이에 대해 다음달 19일 열리는 서울시 도시계획위원회 자문을 받기로 했다. 서울시와 LH는 도시계획위원회의 판단을 보고 사업 지속 여부를 결정키로 했다.
서울시 관계자는 "벌써 몇 년째 지지부진한 상태라 LH에 최종적인 요구 조건을 달라고 한 것"이라며 "도시계획위원회 자문을 받을테니 정 안 되겠으면 손 털고 나가더라도 결정을 내리라고 했으며 이에 대해 LH에서도 자문 결과가 나오면 곧바로 가부 간 결정을 하기로 했다"고 말했다.
요구 조건은 전체 18만8900㎡ 중 4만2700㎡ 규모인 저층 주거지 보전구역을 2만6000㎡으로 줄이고 용적률은 200%에서 최대 250%까지 높여달라는 것이 골자다. 또 3만4000㎡ 규모인 공원녹지 면적도 7100㎡가량 줄여줄 것을 요구했다.
서울시는 1960~1970년대 주거문화의 모습과 자연지형, 골목길 등을 유지하면서 리모델링이나 신축을 통해 다양한 유형의 저층 임대주택을 지어 아파트와 공존하는 방식으로 추진하려 한다. 하지만 지난해 9월 LH가 주거지 보존 방식으로는 사업성이 낮아 조합원 손실이 크다는 내용의 연구용역 보고서를 공개하면서 주민들의 반발이 거세졌다.
서울시는 주민들과 LH 요구대로 주거지 보존 지역을 줄이면 임대주택 가구 수가 크게 줄어들 뿐 아니라 당초 구상했던 정책 목표를 달성하기 어렵다고 보고 있다.
서울시 관계자는 "현재 계획으로도 사업성은 충분히 있다고 본다"며 "주거지 보전 지역을 대폭 줄여버린다면 대규모 아파트 단지 옆에 조그많게 붙어있는 모양이 돼서 애초 새로운 재생의 모델을 만들려던 목표와 멀어지게 되므로 전면적인 사업계획 재검토가 불가피할 것"이라고 말했다.
백사마을은 1967년 도심 개발로 청계천, 양동, 창신동, 영등포 등 지역에서 강제 철거당한 주민들이 이주해 형성된 곳이다. 1971년 개발제한구역으로 묶였다가 2000년대 들어 개발 필요성이 제기돼 2008년 개발제한구역에서 해제돼 이듬해 재개발 구역으로 지정됐다.
서울시는 2012년 백사마을 정비계획 수립 당시 "재개발 40여년 역사에 새로운 획을 긋는 중요한 사건"이라며 2016년 완공을 호언했으나, 지연되면서 현재는 주거 환경이 극히 열악하고 빈집이 늘어나는 등 황폐화돼 가고 있는 실정이다.
박철응 기자 hero@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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