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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김철현 기자] 때아닌 '색깔 논란'이 온라인을 뜨겁게 달궜다. 국가정보원 해킹 관련 실무자였던 임모 과장이 지난 18일 숨진 채 발견된 빨간색 마티즈 차량의 번호판 때문이다. 현장에서 발견된 마티즈 차량의 번호판은 녹색인데 경찰이 공개한 당일 오전 CCTV 속 차량의 번호판은 흰색으로 보이면서 의혹이 불거졌다. 경찰이 재연 실험까지 하고 국립과학수사연구원도 CCTV 속 마티즈 차량의 번호판은 녹색이라고 확인했지만 아직도 뭔가 석연치 않다는 반응이 나오고 있다.
이 문제가 본격적으로 불거진 것은 지난 22일이다. 새정치민주연합 전병헌 최고위원이 이 의혹을 제기하자 경찰은 즉각 빛 반사 각도에 따른 착시현상이라고 해명했다. 충분히 의심을 할 수 있는 상황임에도 '착시'일 뿐이라는 경찰의 해명은 "전 국민을 색맹으로 아느냐"는 격한 반응을 가져왔다. 여기에 국정원 직원이 자살한 현장에서 발견된 차량에는 앞 범퍼 보호가드가 있지만 CCTV 속 마티즈에는 보호가드가 없다는 주장이 나왔다. 현장 마티즈에는 차량 안테나가 있었지만 CCTV의 마티즈에는 안테나가 달려있지 않는 것으로 보인다는 지적도 이어졌다.
논란이 가라앉지 않자 경찰은 23일 재연실험을 통해 녹색 번호판이 CCTV에서는 흰색으로 보일 수 있다고 재차 해명했다. 국과수도 CCTV 판독 결과를 발표하며 번호판은 녹색이 맞다고 확인했다.
하지만 이후에도 마티즈 번호판의 색깔은 녹색, 글자색은 흰색인데 경찰 설명대로 과도한 빛 때문에 번호판 색깔이 흰색으로 바뀌었다면 흰색 글자는 어떻게 검은색으로 바뀔 수 있느냐는 의혹이 이어졌다. CCTV에 찍힌 날이 흐린 날씨인 점을 감안하면 빛 때문에 번호판 색깔이 바뀌어 보이는 게 어려운 것 아니냐는 지적도 나왔다.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등에서는 '지록위마(指鹿爲馬)'를 빗대 이 의혹을 '지록위백(指綠爲白, 녹색을 가리켜 백색이라고 한다)'이라고 부르고 있다. 지록위마는 사슴을 가리켜 말이라고 한다는 것으로 '사실이 아닌 것을 사실로 만들어 강압으로 인정하게 됨'이라는 의미다.
이렇게 이어지는 의혹 제기의 핵심은 번호판 색깔이 아니다. 만약 한 나라의 정보기관이 차량 바꿔치기를 시도했는데 번호판 색깔조차 제대로 확인하지 않았다면 오히려 더 허망한 일이다. 그럼에도 이 논란이 가라앉지 않는 것은 이번 국정원의 해킹 프로그램을 이용한 민간인 사찰 의혹이 명쾌하게 해명되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합리적인 의심을 할 수 있는 상황에도 국정원이 내놓는 정보는 제한적이다 보니 번호판 색깔 차이가 유독 두드러져 보인 것이다. 꼬리에 꼬리를 무는 이 논란의 실상은 번호판 색깔에 대한 의심이 아니라 국정원에 대한 불신인 셈이다.
김철현 기자 kch@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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