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황준호 기자] 법원이 박삼구 회장이 이끄는 금호아시아나그룹과 그의 동생인 박찬구 회장이 경영하는 금호석유화학이 같은 기업집단에 속하지 않는 회사라고 선을 그었다. 금호아시아나그룹의 몸집이 줄어듦에 따라 재계 순위도 뒤로 밀릴 것으로 예상된다.
서울고등법원(제7행정부)는 박삼구 회장이 공정거래위원회를 상대로 제기한 '상호출자제한기업집단지정처분취소' 소송에서 원고 승소로 23일 판결했다.
재판부는 공정위가 금호석화·금호피인비화학·금호미쓰이화학·금호티앤엘·금호폴리켐·금호알에이씨·금호개발상사·코리아에너지발전소를 금호아시아나의 소속회사로 지정한 처분을 취소하라고 판결했다.
재판부는 "금호석유화학 등 9개사는 기존의 기업집단 금호아시아나와 사실상 경영을 분리해 운영되고 있다고 볼 수 있다"고 지적했다.
특히 재판부는 박삼구 회장의 경영권이 금호석화에 전혀 영향을 미치지 않는다고 판단했다.
재판부는 "박삼구 회장은 2014년 4월, 올 4월 기준으로 금호석화 주식을 전혀 갖고 있지 않다"며 "금호석화가 소유한 자기주식을 박삼구 회장이 소유한 주식으로 볼 법적 근거도 없다"고 지적했다. 이어 "박삼구 회장이 금호석화 경영에 대해 지배적인 영향력을 행사한다고 볼 수 없다"고 결론 냈다.
금호아시아나 측은 "금호석화 8개 계열사들에 대한 금호아시아나그룹의 지배력이 미치지 않음에도 불구하고, 동일기업집단으로 지정돼 공시위반으로 인한 과태료 부과 등 여러 문제점이 있었다"며 "이번 판결을 통해 금호아시아나그룹과 금호석유화학 계열사들이 법률적으로 계열 분리해 독립경영이 가능해졌다"고 말했다.
금호석화 측은 "이번 결정에 대해 환영한다"며 "주채무계열 기업인 금호아시아나의 그늘에서 벗어날 수 있는 근간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다만 "금호석화 측이 보유한 아시아나항공 지분을 처분하거나 하는 등의 제한이 있는 결정이 아니다"라며 "그룹은 석화가 빠져나감에 따라 몸집(현 재계 18위)이 줄어들고, 금호석화는 주채무계열 기업에서 제외되면서 자금 융통성이 좋아지는 효과가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한편 이번 소송은 금호아시아나그룹이 2014년 4월1일 공정위가 금호아시아나그룹과 금호석화를 상호출자제한 기업집단지정함에 따라 행정소송을 제기하면서 시작됐다.
공정위 측은 금호석화가 금호아시아나그룹과의 계열분리를 요청했을 때와 같이 "계열제외 및 친족분리 요건 미충족"이라는 내용을 골자로 한 답변서를 법원에 제출했다.
이어 공정위는 올 3월5일 금호석화 측의 기업집단현황 공시위반에 따라 금호산업에 과태료 부과(500만원)한 바 있다.
황준호 기자 rephwang@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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