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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 지금? 손실 지각반영 미스터리 풀기

시계아이콘읽는 시간1분 52초

-2조원대 분식회계 의혹받는 대우조선해양



쟁점Ⅰ: 적자반영 시점 왜 지금..
현대·삼성重은 작년에 반영했는데
대우조선해양만 올 2분기로 미뤄
손실인지시점에 충당금 반영 원칙

쟁점Ⅱ : 의도적 은폐설

고재호 前 사장 연임 위한 술수 의혹
'수조원 부실' 놓친 대주주 산업銀에
'책임회피·의도적 감추기' 비난
왜 지금? 손실 지각반영 미스터리 풀기 ▲대우조선해양이 건조한 1만8000TEU급 컨테이너선의 시운전 모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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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오주연 기자]올 2분기 영업적자 규모가 최대 3조원에 달할 전망되는 대우조선해양의 최근 이슈를 보는 시각은 두 가지다. '적자 반영시점이 왜 지금인가'하는 점과, 이같은 시점이 '의도적 은폐였나, 경영상 전략이었나'하는 점이다. 금융당국의 조사결과에 따라 분식회계 여부도 결정될 것으로 보인다.

국내 조선3사는 지난 2012년~2013년 벌인 '해양플랜트 수주' 경쟁으로 저가(덤핑)수주를 벌였다. 그러나 최근 유가하락으로 발주처에서 인도를 늦추면서 대금 회수가 어렵게 돼 현금유동성이 악화됐다. 또한 공사기간이 길어지고 원가가 예상보다 많이 들어가면서 대규모 손실이 발생했다. 현대중공업삼성중공업은 이 부문에서 자금손실이 발생했지만 이미 지난해 반영했다. 대우조선해양은 손실이 나지 않을 것으로 보고 충당금을 쌓지 않았다는 입장이다.


◆현대ㆍ삼성重처럼 미리 털고 가는 게 옳았나= 대우조선해양이 2011년 척당 6000억원에 수주한 반잠수식 시추선 4기에서만 8000억원 이상의 손실이 발생한 것으로 추정된다. 건조기간이 예상보다 10개월씩 길어졌을 뿐만 아니라 수주대금은 인도 시 50~80%가 일시에 지급돼 공사기간 중에는 자금유입이 어렵다. 또한 수주대금이 제때 이뤄지리라는 보장도 없다. 공사를 하고도 대금을 받지 못한 '미청구공사대금'이 생길 수도 있는 것. 대우조선해양의 미청구공사대금은 지난 1분기 9조4000억원에 달했다. 여기에 대우조선해양의 연결법인인 루마니아 망갈리아 조선소도 적자가 예상돼 적자는 3분기에도 이어질 수 있다는 예상이 나온다.

왜 지금? 손실 지각반영 미스터리 풀기

그럼에도 대우조선해양은 지난해 4711억원의 이익을 냈다고 공시했다. 같은 기간 현대중공업은 사상 최악의 영업적자(3조2495억원)를 냈다고 발표했다. 삼성중공업은 지난 1분기 3625억원의 적자를 냈다. 이같은 차이는 '충당금' 반영 여부에서 생긴다.


조선업의 특성상 선박 수주에서 인도까지 보통 5년가량이 걸린다. 이 과정에서 공사기간이 지연되고 이에 따른 인력이 추가돼 비용이 더 들어갈 수 있다. 각사들은 이에 대한 비용을 미리 마련하기 위해 '충당금'을 쌓는다. 남은 공기 중 입을 손실을 방어하기 위한 대비책이다. 현대중공업과 삼성중공업은 이런 충당금을 예상손실로 잡고 보수적으로 대비했다. 지난해 사상최악의 적자가 난 이유다.


그러나 대우조선은 충당금을 반영하지 않았다. 손실이 나지 않을 것으로 봤기 때문이다. 충당금을 어느 시점에 반영해야하는지에 대해서는 뚜렷한 기준이 없다. 회계기준이 각사마다 다르기 때문이다. 다만 회계원칙상, '손실발생가능성을 인지하는 시점'에 충당금을 쌓는 게 원칙이다. 현대중공업은 CEO가 바뀐 지난해 이를 인지해 충당금을 쌓았고, 삼성중공업도 지난해 그룹차원에서 경영진단을 받은 후 이뤄졌다. 이 원칙대로라면 대우중공업은 그동안 제대로 인지하지 못했고, 정성립 대표가 오고 난 후에야 손실발생 가능성을 알게 됐다는 해명이 성립된다.


하지만 업계에서는 타조선사들이 지난해 영업적자를 낸 상황에서 대주주인 산업은행이 점검 한 번 하지 않았다는 것은 말이 되지 않는다며 '그럴듯한 변명'이라고 꼬집었다.


◆의도적 은폐인가= 조선업계에서는 고재호 전 대우조선해양 사장이 연임을 위해 숨겨왔을 거라는 설이 팽배하다.


조선업계 관계자는 "지난해 각 조선업체들이 대규모 적자를 낸 상황에서 대우조선만 흑자를 낸 것에 대해 의아하게 생각하고 있다"며 "고 사장이 연임을 노리고 영업손실 반영을 뒤로 미뤘을 가능성이 높다고 보고있다"고 말했다.


이를 의식한 정성립 사장도 지난달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지난해 현대중공업과 삼성중공업에서 상당히 많은 적자요인들을 발표했는데 과연 대우조선해양은 괜찮나 하는 의문들이 상당히 많다"며 "대우조선해양도 경쟁사들과 마찬가지로 해양 쪽에서 상당한 손실을 보고 있었다는 건 실사 과정에서 파악했다"고 말했다. 사실상 손실반영을 제대로 하지 않았다는 것을 인정한 셈이다. 그러나 의도적으로 숨긴 것은 아니라는 입장이다.


대우조선해양 관계자는 "해양 플랜트 사업 등은 장기 프로젝트라서 공사 진행 중에도 체인지 오더(Change Orderㆍ공사 추가 및 계약 변경)가 수시로 이뤄진다"면서 "이를 정확히 집계하기 애매해 반영을 미뤘던 것이지 일부러 은폐하기 위해 숨긴 건 아니다"라고 말했다.


책임 공방에서 대주주인 산업은행도 자유로울 수는 없다. 수조원대의 영업손실을 몰랐다는 것은 책임회피이자 무능을 인정한 셈이며, 알면서도 눈감아 준 것이라면 파장은 더욱 거셀 수 있기 때문이다. 대우조선해양이 '민영화'를 준비하는 과정에서 가치를 최대한 끌어올리기 위해 의도적으로 부실규모를 감췄을 것이라는 비판에서 산은의 해명이 필요한 시점이다.




오주연 기자 moon170@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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