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50일간의 혈투, 최종 승자는 HDC신라면세·한화갤러리아·SM면세·제주관광공사
승자는 신 성장동력 확보, 패자는 후폭풍 불가피
6개월 이내에 매장 시설과 인력, 전산시스템을 갖춘 뒤 영업 시작
[아시아경제 이초희 기자]5개월여간의 대장정이 끝이 났다. 지난 2월 관세청이 서울ㆍ제주 시내면세점 추가 사업자 선정 공고를 낸 후 150여일간의 혈투를 벌인 '시내면세점 대전'은 HDC신라면세점, 한화갤러리아타임월드, SM면세점, 제주관광공사가 선정되면서 대단원의 막을 내렸다.
10조원에 달하는 서울 시내면세점을 비롯해 제주 시내 면세점 사업권을 획득에 성공한 기업들은 신 성장동력을 확보하게 됐다. 장기적인 이미지 상승효과와 면세점과 기존 사업의 연계성, 사업영역을 해외로 넓힐 수 있는 발판도 마련했다.
다만, 이번 선정을 놓고 공정성 논란이 나올 가능성도 없지 않다. 시내면세점 운영자 선정을 주도한 관세청의 심사항목 적정성과 평가가 명확하지 않다는 지적이 제기되고 있기 때문이다. 특히 중소·중견몫으로 배정된 제주면세점은 지방공기업인 제주관광공사가 사업권을 가져가면서 후폭풍이 거셀 것으로 전망된다.
◆5개월간의 대혈투, 승자와 패자의 엇갈린 미래=관세청 면세점 특허심사위원회는 10일 오후 영종도 인천공항세관에서 브리핑을 갖고 서울 일반경쟁입찰(대기업)에서 HDC신라면세점과 한화갤러리아타임월드를 선정했다고 발표했다. 제한경쟁입찰(중소ㆍ중견기업)에서 SM면세점이, 제주지역 제한경쟁입찰에서는 제주관광공사가 사업권을 따냈다.
이돈현 특허심사위원장(관세청 차장)은 "기존 면세점의 투자, 고용 규모를 감안할 때, 이번 추가 특허로 인해 3000억원의 신규 투자 및 4600여명의 고용창출과 함께 우리나라의 외국인 관광객 2000만명 조기 달성에 기여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시내면세점 전쟁은 지난 5개월간 치열한 난타전을 펼쳤다. 오너들이 직접 발로 뛰면서 판이 커졌다. 서울지역 대기업군 입찰에는 신세계디에프, HDC신라면세점, 롯데면세점, 이랜드, SK네트웍스, 현대DF, 한화 등 7개사가 입찰에 참여했다.
서울지역 중소ㆍ중견기업군 입찰에는 세종면세점, 유진디에프앤씨, 청하고려인삼, 신홍선건설, 파라다이스, 그랜드동대문디에프, 서울면세점, 중원산업, 동대문듀티프리, 에스엠면세점, 하이브랜드듀티프리, SIMPAC, 듀티프리아시아, 동대문24면세점 등 14곳이 경쟁을 벌였다.
제주지역 중소ㆍ중견기업군 입찰에는 제주관광공사, 엔타스듀티프리, 제주면세점 등 3곳이 참여했다. 입찰 업체들은 대부분 최고경영자(CEO)들이 심사과정에서 프레젠테이션을 직접 하는 등 치열한 경쟁을 벌여왔으며 이날 최종 심사 결과 이후 대기업은 HDC신라면세점과 한화갤러리아타임월드, 중소ㆍ중견기업은 SM면세점, 제주시내면세점은 제주관광공사가 차지하게 됐다.
◆면세점 선정 승패 무엇이 갈랐나=이번에 선정된 기업들을 볼 때 심사의 핵심은 얼마나 균형있게 발전시킬 수 있느냐였던 것으로 보인다. 특히 서울 지역의 경우 주요 도심지역은 중소중견기업에게 할당하고 그 간 면세점이 없었던 지역인 용산과 여의도를 대기업에게 나눠져 관광허브 역할을 할 수 있도록 했다.
즉, HDC신라면세점과 한화갤러리아 타임월드의 입지전략이 승패를 가른 셈이다. 유력 후보였던 신세계와 SK네트웍스는 명동과 동대문을 내세웠지만 교통 측면과 중소기업에게 주요 입지를 내주게 되면서 탈락한 것으로 분석된다. 현대백화점은 강남이라는 차별화된 입지를 내세웠지만 인근에 롯데면세점이 있는 것이 약점으로 꼽혔다.
중소ㆍ중견기업 사업자로 선정된 SM면세점은 하나투어의 자회사다. 즉, 경쟁력 있는 여행사가 직접 면세사업을 하겠다는 전략이 통한 것으로 보인다. 하나투어는 이번 신규 사업자로 선정된 서울 시내면세점을 통해 하나투어의 강력한 관광 인프라와 32개 글로벌 네트워크, 면세점과의 시너지효과를 최대화해 대한민국 관광산업을 새롭게 진일보 시키겠다는 계획이다.
제주면세점은 지방공기업인 제주관광공사가 사업권을 가져갔다. 면세점에서 얻은 수익을 도민을 위해 전액 활용해 지역경제를 살리는 선순환 구조를 만드는 데 큰 역할을 하겠다고 강조한 지역경제 살리기론이 승기를 잡은 배경을 꼽힌다.
하지만 중소기업의 판로 확대 지원 및 육성을 위한 '티켓'을 공기업인 제주관광공사의 참여에 자격논란이 일면서 향후 공정성시비는 계속될 가능성이 제기된다.
◆왜 면세점인가=기업들이 시내 면세점 사업에 사활을 걸고 있는 것은 내수침체로 기존 채널로는 성장에 한계를 드러낸 상황에서 면세점의 높은 성장률이 필요했기 때문이다.
관세청에 따르면 국내 면세점 시장은 지난 2010년 4조5000억원, 2011년 5조3000억원, 2012년 6조3000억원, 2013년 6조8000억원, 2014년 8조3000억원으로 급성장했다.
특히 시내 면세점은 높은 임차료 부담에 허덕이는 공항 면세점보다 매출과 수익성이 높다. 업계에 따르면 지난해 시내 면세점의 매출액은 약 5조4000억원으로 전년보다 약 32.2% 늘었다. 전체 면세점 매출액 증가율(22%)보다 10% 이상 급증한 것이다.
유주연 메리츠종금증권 연구원은 "국내 면세시장의 큰손은 이미 외국인, 특히 중국인임을 의심할 여지가 없다"며 "성장성 및 1인당 소비액부문에서도 타의추종을 불허하고 공항면세점보다는 시내면세점에서 주로 쇼핑한다"고 말했다.
업계 관계자는 "면세점 사업은 황금알을 낳는 거위라는 게 어느 정도 증명된 데다 글로벌시장에서 브랜드 홍보 효과도 기대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한편 이에 따라 서울과 제주 지역의 시내면세점은 기존 서울 6, 제주 2곳에서 서울 9, 제주 3곳으로 늘었다. 면세점이 추가로 설치되는 지역은 용산과 여의도, 인사동 등이다. 제주는 롯데면세점이 빠진 중문에 면세점이 다시 들어선다.
선정된 사업자들은 6개월 이내에 매장 시설과 인력, 전산시스템을 갖춘 뒤 관세청으로부터 특허장을 배부받아 영업을 시작할 수 있다.
이초희 기자 cho77love@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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