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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무로에서]난민의 날과 광복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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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무로에서]난민의 날과 광복절 김도현 국민대 경영학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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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6월20일이 무슨 날이었는지 혹시 아시는지요. 워낙 이런저런 날들이 많아서 또 무슨 날인가 싶으시겠습니다만, 이날은 난민의 날(World Refugee Day)이었습니다.


현재 세계적으로 난민의 수는 6000만명가량 됩니다. 우리나라 전체 인구도 넘는 사람들이 자신의 조국 밖에서 떠돌고 있는 셈이지요. 난민 통계를 살펴보면 최근 많은 국제기구가 난민문제에 대해 우려하고 있는 것이 쉽게 이해됩니다. 10년 전 900만명 정도였던 난민의 규모가 최근 폭발적으로 늘어나고 있기 때문이지요.

난민은 다양한 이유로 발생합니다. 정치적 박해와 종교가 전통적으로 가장 대표적인 이유였지만, 최근에는 기후변화로 인한 경제난민과 내전으로 인한 전쟁난민이 큰 규모로 늘어나고 있습니다. 하루에도 수만 명씩 새로 발생하는 난민들은 자신을 받아줄 나라를 찾아 바다를 떠돌다가 아사하거나 풍랑을 만나 목숨을 잃기도 합니다. 최근 기록적인 규모의 난민이 발생한 시리아와 이라크지역의 경우 주변국가들이 난민을 제대로 수용하지 못해 굶주림과 질병이 심각한 상황인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난민을 많이 받아들이는 국가들은 대규모 난민 발생국의 인접국가거나 선진국입니다. 아프리카나 중동국가들은 이웃나라에서 내전이나 기근이 발생할 경우 대규모로 국경을 넘어오는 난민들을 수용할 수밖에 없습니다. 하지만 선진국들의 경우는 다릅니다. 예컨대 난민 발생지역에서 가장 멀리 떨어져 있는 나라 가운데 하나인 캐나다는 연간 20만~30만명씩이나 되는 난민을 받고 있습니다. 미국이나 유럽국가들도 마찬가지입니다. 전통적으로 미국은 최대 난민 수용국이었고 유럽국가들도 매년 수만 명의 난민들에게 안식처를 제공합니다. 이들 나라들이 점차 증가하는 난민들로 여러 가지 어려움을 겪는 것도 사실입니다. 하지만 최근 아프리카에서 대규모의 난민이 유입되면서 이탈리아와 스페인 같은 나라들의 난민수용능력이 한계에 도달하자 유럽연합(EU)이 각 회원국들이 강제로 난민을 수용하도록 하는 제도를 도입하려고 하는 것처럼, 난민수용이 세계시민의 의무라고 보는 자세는 여전합니다.

선진국들이 난민의 증가로 어려움을 겪으면서도 여전히 난민수용을 위해 노력하는 이유는 무엇일까요. 이들은 정치적, 종교적 난민을 수용하는 것이 인권문제라고 보는 시각을 가지고 있습니다. 우리나라의 병역거부자와 동성애자들을 난민으로 인정하기도 하는 것이 좋은 예입니다. 또 한편 이 나라들은 난민들이 뛰어난 인적자원이 될 수 있다는 점을 잘 알고 있습니다. 폴란드 난민 쇼팽은 오스트리아에서, 독일 난민 아인슈타인은 미국에서, 프랑스 난민 빅토르 위고는 영국에서 자신들의 재능을 꽃피운 바 있지요. 모국에서 정치적 혹은 종교적 이유로 박해받는다는 것은 역설적으로 그들이 상당한 지성과 역량을 가지고 있다는 것을 의미할 수도 있습니다.


우리나라에도 난민들이 늘고 있습니다. 난민인정자가 약 500명, 난민 지위 인정을 기다리고 있는 사람들이 4000명가량 됩니다. 여기에 난민인정을 받지 못했지만 모국으로 돌아갈 수 없어 불법체류 상태에 있는 이들까지 합치면 적지 않은 규모이고 빠르게 늘어나고 있습니다. 국적도 다양합니다. 정치적ㆍ인종적 탄압이 국제적으로 잘 알려진 미얀마와 방글라데시 출신이 가장 많지만 최근에는 아프리카지역 출신 난민도 늘어나고 있습니다. 제가 접한 난민들 대부분은 자국에서 교사, 교수, 엔지니어로 일했던 경력을 가진 인재들이었습니다.


최근에는 난민신청자의 경우에도 취업을 할 수 있도록 하고 생계보호 방안을 만드는 등 우리나라의 난민정책이 진일보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국제적으로 보면 난민인정률이 매우 낮은 편이고 무엇보다 난민문제에 대한 국민적인 공감대를 확보하지 못하고 있습니다.


저는 우리가 난민문제를 조금 더 전향적으로 바라볼 필요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우리나라는 어찌 보면 난민들에 의해 세워진 나라이기 때문입니다. 일제 강점기 독립운동가들은 중국을 비롯한 여러 나라에서 난민의 자격으로 살아야만 했습니다. 그 나라들에서 독립운동가들이 살아갈 공간을 조금이나마 열어주지 않았더라면 독립은 어려웠을지도 모릅니다. 난민의 날은 조용히 지나갔지만 곧 다가올 광복절에도 난민문제를 한 번 생각해 봄 직한 까닭입니다.


김도현 국민대 경영학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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