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이경호 기자]유럽 기업과 거래를 해오던 러시아기업들이 한국 등 아시아기업으로 거래선을 바꾸기를 희망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7일 KOTRA 모스크바무역관은 현지 시장조사기관 분석과 언론보도 등을 토대로 "그동안 기계ㆍ설비 등 내구성 제품을 독일, 이탈리아 등 유럽국가에서 구매해오던 러시아 주요 기업들이 제재 등 여파로 기존 거래선을 변경해 한국 등 아시아 기업과 거래를 희망하는 사례가 나타나고 있다"고 전했다.
무역관은 또한 "농ㆍ축산, 식품, 의약품 분야 기업들도 수입규제에 따른 러시아산 제품의 수요 확대와 정부의 수입대체산업 육성정책에 힘입어 생산을 확대하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면서 "신규 공장 건설 및 기존 설비 증설에 필요한 기계ㆍ장비를 아시아에서 구매하기를 희망하는 등 정치적 요인으로 발생한 환경변화가 한국 기업에 오히려 신규 시장개척의 기회로 다가오고 있다"고 말했다.
무역관은 이에 따라 러시아에 이미 진출한 기업뿐만 아니라 향후 러시아 진출에 관심 있는 기업은 이러한 러시아 시장환경의 변화 양상에 주목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단기적으로 농ㆍ축산, 식품, 의약품, 기계ㆍ설비류 등 수입 대체품목 수요에 따른 맞춤형 수출 마케팅을 강화하고, 장기적으로는 '메이드인 러시아(Made in Russia)' 시대에 대비할 필요가 있다고 무역관은 덧붙였다.
실제로 러시아 시장조사기관 '인텔리뉴스'가 러시아에 진출한 외국계 금융기관(투자은행, 자산운용사, 헷지펀드 등)들을 대상으로 한 설문조사 결과, 응답자의 절반 이상이 현재 러시아 경제가 어려운 상황에 직면한 것은 인정하지만 향후 전망은 비교적 긍정적으로 보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세부적으로 살펴보면 응답자의 30%가 장기적으로 러시아 경제를 낙관하고 있는 것으로 응답(응답자의 8%는 비관적, 나머지는 중립)했으며, 약 50%는 러시아 최대 투자유망 분야는 석유ㆍ가스 등 자원분야인 것으로 응답했다.
러시아의 투자환경에 대한 평가에서는 우크라이나 사태, 루블화 하락, 서방 경제제재가 발생하기 전인 지난해 상반기 시점에서는 5.6점을 부여했으나 2015년 2분기 상황에 대해서는 2.5점을 부여해 외국기업 입장에서 러시아 투자환경이 크게 악화된 것으로 평가했다.
러시아 비즈니스의 가장 큰 위협요인은 '정치적인 요인'으로 응답했으며, 러시아의 디폴트 선언 가능성에 대해서는 응답자의 약 90% 이상이 '가능성이 거의 없다'고 답했다. 러시아 경제의 반등 시점에 대한 질문에 대해서는 가장 많은 약 44%가 '2017년'을 예상했으며, 약 20%는 '향후 5년 이내'라고 응답했다.
러시아의 매력적인 투자진출 분야로는 석유ㆍ가스, 메탈, 비료 등 자원 분야를 꼽았으며, 다음으로 최근 러시아 정부가 수입대체 산업 육성을 위해 지원하고 있는 농ㆍ식품, IT, 의약품, 금융, 부동산 분야가 매력적이라고 밝혔다.
이경호 기자 gungho@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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