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승윤은 손아섭과 같은 작명소서 전유수로
해커는 게임사인 모기업 때문에 에릭쓰다 변경
장민석으로 바꾼 장기영은 효과 아직
[아시아경제 김세영 기자] 프로야구 무대에는 이름을 바꾼 선수가 많다. 이유는 여러 가지다. 이름이 비슷한 동료와 자신을 구분하기 위해, 이혼한 부모 가운데 어머니의 성을 따라 이름이나 성을 바꾸기도 한다. 그러나 가장 큰 이유는 야구를 더 잘하고 그래서 성공하기 위해서다.
김바위(53) 롯데 전력분석원은 프로야구 개명(改名) 1호다. 프로야구가 출범한 1982년 MBC(현재 LG)에 입단할 때 이름은 김용윤이다. 당시 MBC에는 주전포수 김용운(60)이 있었는데 팬들은 두 선수의 이름을 자주 헷갈렸다. 김 분석원은 어린 사람이 바꿔야 한다고 생각했다.
롯데에는 이름을 바꾼 선수가 가장 많다. 손아섭(27ㆍ롯데)은 2007년 입단할 때 이름이 손광민이었다. 2009년에 어머니의 권유로 '광민'에서 '아섭'(兒葉)으로 개명했다. 야구를 더 잘하고 싶어서다. 그는 이름대로 '땅 위에서 최고'가 됐다. 이름을 바꾼 뒤 5년 연속 타율 3할 이상을 유지하며 2011년부터 4년 연속 골든글러브(외야수 부문)를 차지했다.
박종윤(본명: 박승종ㆍ2001), 문규현(본명: 문재화ㆍ2001), 박준서(본명: 박남섭ㆍ2010), 김주현(본명: 김동현ㆍ2013), 황동채(본명: 황성용ㆍ2013), 심수창(본명: 심수창ㆍ2013 한자명 변경) 등도 이름을 바꾼 선수들이다. 가장 최근에 이름을 바꾼 선수는 이우민(본명: 이승화). 그는 지난달 24일 개명 후 첫 홈런(통산 7호)을 쳤다. 지난 2012년 5월 11일 한화와의 경기 이후 1139일 만에 나온 홈런이었다.
장시환(28ㆍkt)도 빼놓을 수 없다. 2013년 개명한 장시환(본명: 장효훈)은 지난 4월 22일 데뷔 9년 만에 감격의 첫 승을 신고했다. 지난 2007년 현대 소속으로 데뷔한 이후 첫 승 이었다. 최근에는 마무리 투수로 각광받는다. 올 시즌 스물아홉 경기에 나가 4승(3패) 7세이브 평균자책점 3.60을 기록했다. 장시환은 "그저 (야구를)잘 하고 싶었다"고 털어놓았다.
전승윤(본명: 김남석)에서 이름을 바꾼 SK 투수 전유수(27)는 손아섭이 이름을 바꾼 뒤 승승장구하는 모습을 보고 이름을 고칠 결심을 했다. 그는 2011년 9월 경찰청에서 제대한 뒤 손아섭이 이름을 받은 작명소에 가서 새 이름을 구했다. 전유수는 "이름만 바꿔서는 무의미하다. 자신에 대한 믿음을 갖고, 새로 태어난다는 각오가 있어야 한다"고 했다.
개명이 만능은 물론 아니다. 2013년 개명한 두산의 장민석(33ㆍ본명: 장기영)은 지난 19일 1군에서 빠졌다. 넥센에서 뛸 때 새출발을 꿈꾸며 개명해 두산으로 이적한 2014년부터 현재 이름으로 활동했다. 그러나 이후 성적은 좋지 않았다. 2014시즌 마흔다섯 경기에 출전해 타율 0.200 14안타 5도루에 그쳤다. 지난달 27일 NC와의 마산경기에서 편싸움이 벌어지자 상대 투수 에릭 해커(32)에게 공을 던졌다는 누명을 쓰고 퇴장 당했다.
그 해커도 올 시즌을 앞두고 등록명을 에릭에서 해커로 바꿨다. 게임 개발 사업에 기반을 둔 모기업을 의식해 해커라는 이름을 쓰기 불편했지만 지난해 승운(8승8패)이 따르지 않았다고 생각해 자구책을 마련했다. 현재 그는 9승3패(평균자책점 3.49)를 기록하고 있다. 롯데 문규현은 본명인 문재화가 듣기에 좋지 않고 불길하다는 이유로 2001년 이름을 바꿨다.
실수로 잘못 알려진 이름을 바로잡은 경우도 있다. 롯데 재활팀에서 일하는 이용훈 코치(38)는 이름 가운데 '勛(공 훈)'을 '勳(공 훈)'으로 바꿨다. 원래 한자 이름이 '李勇勳'이었는데 신고할 때 착오로 음이 같은 '勛'이 됐다. LG 투수 신승현(32)은 2004년 부모가 이혼한 뒤 어머니 성을 따랐다.
김세영 기자 ksy1236@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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