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료용 재료업체 나이벡·시계업체 로만손·연예기획사 씨그널엔터, 잇단 사업 진출
中 화장품시장 성장세 겨냥…실적에 따른 차별화는 이뤄질 전망
[아시아경제 박미주 기자]상장사들이 화장품 사업 진출을 본격화하고 있다. 한류와 '요우커(遊客ㆍ중국인 관광객)' 열풍에 화장품업체들이 호황을 이루면서 화장품과 관련 없던 업체들까지 화장품 사업에 관심을 보인 것에서 나아가 화장품 회사를 인수하고 상품을 출시하는 등 구체적 행보를 보이고 있다.
26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과 관련 업계에 따르면 펩타이드 전문기업으로 뼈이식재, 치주조직 재생유도재 등을 만드는 나이벡은 지난 24일 주름개선용 화장품 개발과 판매를 신규사업으로 추진하겠다고 공시했다. 전날에는 펩타이드 기술에 높은 순도의 마유(馬油) 성분이 들어간 주름개선용 기능성 화장품 '닥터 마이유(Dr. MyYou)'를 출시했다고 밝혔다.
나이벡은 이 화장품으로 중국 시장을 겨냥하고 있다. 중국 국가식품약품관리총국(CFDA)의 위생허가 절차를 진행 중이다. 마유는 사람의 피지와 유사한 구조를 갖고 있다고 알려졌으며, 이를 이용한 화장품은 국내는 물론 중국에서 최근 인기를 끌고 있다.
재난안전망ㆍ패션유통사업을 영위하는 리노스는 전날 '마유크림'으로 유명한 B&B코리아에 출자하며 화장품 유통 사업에 진출하겠다고 전했다. SK증권과 워터브릿지파트너스가 결성한 850억원 규모의 프로젝트 펀드에 20억원을 출자한다. 리노스 관계자는 "브랜드 유통 등 핵심사업분야의 집중력 강화와 미래 먹거리 발굴 작업의 일환"이라며 "사업다각화로 성장성을 유지하려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시계업체 로만손도 이달 초 주얼리 브랜드 '제이에스티나 레드'의 사업영역을 화장품, 패션잡화로 확장한다고 발표했다. 제이에스티나 레드는 명동 롯데백화점에서 립스틱ㆍ아이섀도 등 화장품을 공개, 판매했다. 업계에서는 이미 중국 시장에 진출한 로만손의 화장품 주요 타깃은 중국 인바운드 관광객으로, 향후 중국 본토 진출 아이템으로도 고려될 가능성이 있다고 보고 있다.
한류스타 인기를 바탕으로 연예기획사들도 앞 다퉈 화장품 사업에 진출하는 모양새다. 올 초 통신업체에서 연예기획사로 탈바꿈한 씨그널엔터테인먼트그룹은 지난 4월 화장품 업체 스킨애니버셔리 지분 50%를 인수했다. 한방화장품, 천연화장품 등을 보유한 이 회사의 주요 고객은 요우커다. 씨그널엔터는 올해 엔터테인먼트와 시너지를 통해 스킨애니버셔리의 판매액을 1500억원으로 올리겠다는 계획을 세웠다. 와이지엔터테인먼트는 이미 지난해 10월 코스온과 손잡고 화장품 브랜드 '문샷'을 론칭했다. 지난해 11월 중국 화장품 사업을 위해 코스온의 자회사인 코드코스메를 사들였다. 로엔도 화장품 사업 진출을 검토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밖에 전자부품 제조업체 하이쎌은 화장품 관련업 사업목적에 포함시킨 뒤 K뷰티 관련 기업 인수 대상을 물색 중이다. 극세사 전문 섬유, 산업용 플랜트, 에너지 설비 업체 보유한 웰크론도 화장품사업 진출을 준비 중이다. 도자기업체 행남자기는 의료기기 제조업체 진성메디를 자회사로 편입, 개발 중인 TDS 미세전류마사져를 기반으로 하는 화장품 사업을 본격화할 방침이다.
현대증권에 따르면 중국 화장품시장은 2013년 기준 10년간 연 15.8%씩 성장했다. 앞으로 5년간 연 15% 성장할 경우 2018년 2668억위안(약 48조2700억원) 규모로 전망된다.
임상국 현대증권 연구원은 "경쟁력이 떨어지는 상황에서 중국 화장품 시장이 성장할 것이라는 점 때문에 회사들이 신규사업으로 화장품을 육성하고 있고, 주가도 오르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중요한 것은 실제 이 업체들이 실적을 얼마나 낼 수 있을 지인데, 화장품 산업이 다 돈을 버는 것은 아니기 때문에 차별화가 이뤄질 것"이라고 짚었다.
박미주 기자 beyond@asiae.co.kr
<ⓒ투자가를 위한 경제콘텐츠 플랫폼,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