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건축 사업 속도 내면서 이주 쏟아져
시영아파트 1970가구 겹치면 '이주민 난리'날 듯
[아시아경제 조인경 기자] "1단지는 수도파이프 다 터지고 생활환경이 아주 말이 아닌데도 2단지 이주 전보다 전용면적 59㎡ 기준 전셋값이 최고 1억원이나 올랐어요. 5000가구 대단지가 꽉꽉 다 찼어. 아마 3단지 이주한다고 하면 전세대란 또 터지고, 전셋값도 또 오를거에요."(개포동 K공인중개업소 사장)
"그래도 2단지 세입자들은 전세금 2억원 정도는 있는 사람들이었지, 지금 3단지는 전용면적 43㎡가 6000만원 밖에 안해요. 이 사람들, 무슨 수를 써도 서울 다른 데는 갈 곳 없어요. 전세난이 문제가 아니라 무슨 큰 일 한번 나지 싶어."(개포동 아파트 주민)
여름 비수기에 중동호흡기증후군(MERSㆍ메르스) 여파가 겹쳐 한가해 보이기까지 하는 강남구 개포동 아파트 단지의 분위기는 극과 극이다.
올 들어 재건축 규제 완화와 분양가상한제 폐지 등 정부의 잇단 정책효과에 힘입어 부동산 시장이 회복세를 보이고 재건축 사업도 속도를 내고 있지만 다른 한쪽에선 개발 붐에서 소외된 세입자들의 이주문제가 매우 위태롭게 공존하고 있다.
재건축 이주가 거의 마무리 단계에 접어든 개포주공2단지 아파트는 전체 1400여가구 대부분이 떠나고 100여가구만이 남았다. 이르면 8월부터 기존 단지가 철거되고 35층 아파트 23개동, 전용면적 49~182㎡ 1957가구로 재건축된다.
개포주공3단지 재건축조합은 24일 강남구청에 관리처분계획인가 신청서를 제출했다. 계획대로라면 오는 9월부터 이주를 시작, 내년 3월 철거하고 2019년 하반기 새 아파트를 준공할 예정이다.
이주가 임박한 이 단지는 매매가격도 크게 뛰었다. 전용면적 36㎡(11평) 매매가가 올 초 6억2000만원 선에서 최근 6억8000만원까지 올랐다. 51㎡(15평)은 9억원을 웃돈다. 장영수 3단지재건축조합장은 "위치로 보나 교통으로 보나 개포동에서 입지가 가장 좋은 곳"이라며 "현재 분양가를 3.3㎡ 3800만원에 제시했지만 분양 시점에 가서는 좀 더 오를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개포동 개포시영아파트도 지난달 관리처분총회를 마치고 현재 주민공람을 진행중이다. 이곳은 35층 28개동, 2294가구의 매머드급 단지로 재탄생하게 된다.
개포시영조합 관계자는 "관리처분계획 수립 당시 분양가를 3.3㎡당 3200만원으로 계획했다가 3450만원 정도로 조정했는데 조합원들 사이에 낮게 책정된 것 아니냐는 지적이 있어 수익성을 최대한 보장할 수 있는 방법을 고민중"이라고 말했다.
개포주공5단지(940가구) 아파트도 최근 정비계획 수립을 위한 용역업체를 선정, 올해 안에 조합추진위원회를 구성한다는 계획이다. 지난달 30일 주민총회를 연 개포주공1단지(5040가구)도 사업시행인가를 위한 절차를 진행중이다.
여기에 개포8단지 공무원아파트가 시장에 매물로 나오면서 재건축 시장에 가세했다. 기존 소유주인 공무원연금공단이 일괄 매각을 결정한 만큼 인수 적임자만 나타난다면 별도의 재건축 추진위원회 구성이나 조합설립 등의 절차가 필요 없어 사업기간을 크게 단축할 수 있다.
업계 관계자는 "워낙 규모가 크고 입지가 좋은 단지이다 보니 건설사와 디벨로퍼업계 모두 관심이 크다"며 "다만 계약금부터 금융비용 등 부채를 감당할 수 있는 대형 업체가 참여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재건축 시장과는 별개로 이주를 앞둔 단지 인근으로는 전세난이 계속되고 전셋값도 꾸준히 상승중이다.
개포주공1단지의 경우 올 초 1억5000만원 수준이었던 59㎡(18평) 전셋값이 최근 2억2000만원까지 올랐다. 같은 기간 1억1000만원 선에서 거래되던 개포주공4단지 51㎡(15평)도 지난 달 1억6000만원에 거래가 성사됐다. 보증금 1000만원에 월세 60만원 짜리 물건이 일부 남아 있는 수준이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이미 사업시행인가를 받은 개포주공3단지(1160가구)와 개포시영(1970가구) 아파트의 이주가 겹칠 경우 3000가구가 넘는 이주수요가 추가로 발생해 전셋값은 더 오를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인근 J공인중개업소 K대표는 "주공2단지 이주가 비교적 단기간에 잘 마무리되면서 다른 단지들도 사업 추진에 한껏 고무돼 있지만 1000가구가 넘는 서민들을 한꺼번에 거리로 내모는 것은 분명 우려할 만한 일"이라며 "서울시나 강남구청이 세입자 이주문제를 어떻게 조절해 나가느냐에 따라 전세대란의 여파가 결정될 것"이라 고 말했다.
조인경 기자 ikjo@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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