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법체류 외국인, 노조 설립할 수 있는 근로자 해당한다는 첫번째 판결
[아시아경제 류정민 기자] 불법체류 외국인노동자도 노동조합을 설립할 수 있는 근로자에 해당한다는 대법원 판결이 처음으로 나왔다.
대법원 전원합의체(주심 대법관 권순일)는 25일 '서울·경기·인천 이주노동자노동조합'이 서울지방노동청장을 상대로 낸 '노동조합설립신고서 반려처분 취소' 소송에서 원고 승소 판결한 원심을 확정했다.
이주노동자노조는 2005년 4월 노조 설립신고서를 제출했다. 그러나 서울지방노동청은 노조설립신고서 보완을 요구했고, 이후 제대로 보완하지 않았다는 이유로 노조설립신고서를 반려했다.
특히 노조가입자격이 없는 불법체류 외국인을 주된 구성원으로 해 '노동조합 및 노동관계 조정법'에서 정한 노동조합으로 볼 수 없다는 이유로 설립신고서를 반려했다.
이주노동자노조는 법원에 소송을 제기했다. 1심은 이주노동자노조 주장을 받아들이지 않았다. 1심 재판부는 "불법체류 외국인은 출입국관리법상 취업이 엄격히 금지돼 있다"면서 "노동조합 가입이 허용되는 근로자에 해당한다고 보기 어렵다"고 판시했다.
하지만 2심 재판부 판단은 달랐다. 2심은 "헌법에 의한 근로자의 단결권·단체교섭권 및 단체행동권을 보장해 근로조건의 유지·개선과 근로자 경제적·사회적 지위의 향상을 도모한다는 노동조합법 목적을 보면 불법 체류 외국인이라 하더라도 현실적으로 근로를 제공하면서 임금·급료 기타 이하 수입에 의해 생활하는 이상 노동조합을 설립할 수 있는 근로자에 해당한다고 봐야 한다"고 판시했다.
대법원도 2심 재판부 판단을 받아들였다. 이주노조가 소송을 낸 지 10년, 사건이 대법원에 상고된 지는 8년4개월 만에 내려진 판결이다. 앞으로는 불법체류 외국인이라고 하더라도 노동 3권이 인정되고, 노조도 설립할 수 있게 됐다.
류정민 기자 jmryu@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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