속이 꽉찬 배추·포니·한탄바이러스백신·나이론·CDMA·나로호…
[아시아경제 정종오 기자] 광복 70주년 그동안 우리나라를 변화시킨 과학기술은 어떤 것이 있을까. 속이 꽉찬 배추에서 포니, 한탄바이러스백신, 코드분할다중접속(CDMA), 나로호 까지 70개의 과학기술이 선정됐다.
미래창조과학부(장관 최양희)는 광복 70년을 맞아 광복 이후 국가 경제발전을 이끌어 온 과학기술의 역할을 조명하기 위해 '대표성과 70선'을 선정(대표성과선정위원회, 위원장 이장무)해 24일 발표했다.
70선은 지난 70년 동안의 성과 중 국가 경제발전 기여도가 큰 과학기술 성과를 중점으로 선정했다. 개인적으로 우수한 업적을 이룬 과학자들의 연구 성과(70선 중 5개)도 포함됐다. 개인적으로 우수한 업적을 이룬 성과 5개로는 ▲리-아이링이론(화학, 이태규) ▲산림녹화 임목육종(현신규) ▲리군이론(수학, 이임학) ▲게이지이론의 재규격화(물리학, 이휘소) ▲한탄바이러스백신(이호왕) 등이다.
1940~50년대는 정부 차원의 체계적 지원을 통한 성과보다는 기관이나 개인 차원의 연구 성과가 많이 나타났던 시기였다. 황폐한 민둥산을 푸르게 만드는데 기여한 현신규 박사의 '산림녹화 임목육종', 한글 기계화의 효시 '기계식 한글타자기(공병우 타자기)'등 5개의 성과가 선정됐다.
현신규 박사는 국내 임목육종학 분야의 선구자로 산림녹화용 리기테다 소나무, 은수원사시나무 등을 개발했다. 현 박사의 연구에 힘입어 전국토의 65%에 달하는 산림은 황토빛 민둥산에서 단기간에 초록으로 탈바꿈했다. 리기테다 소나무는 '한국에서 온 기적의 수종'으로 미국에서도 극찬했고 미국 임목육종학 교과서에는 아직도 이 수종의 사진이 실려 있다.
1960년대는 과학기술전담부처와 과학기술연구기관이 설립되고 정부 주도로 농업과 초기 공업화 진흥정책이 추진된 시기로 평가된다.
채소 종자의 자급기반을 마련한 '우장춘 박사의 일대잡종 배추 품종', 화학장치산업 발전의 모태가 된 '화학비료 생산기술', 섬유업계의 혁신을 부른 '나일론 생산기술' 등 8개 성과가 뽑혔다.
해방 후 채소 종자가 부족하던 시절, 생산량이 적고 크기와 모양이 불균일한 재래종 배추와 중국배추의 장점을 접목해 속이 꽉 차고 포기가 크며 병에 강한 '원예1호'를 육성했다. 이는 당시 최첨단의 육종기술을 이용해 만든 일대잡종 품종으로서 국내 채소의 자급기반을 마련하고 훗날 '속이 꽉 찬 현대 김치배추의 효시'가 됐다.
1970년대는 근대화 경제개발 정책과 함께 자동차·조선, 토목건설 등 중화학공업 육성이 본격화되는 시기였다.
국내 최초의 고유모델 국산차(포니), '초대형 유조선', '경부고속도로', 주곡자립 달성으로 식량부족 문제를 해결한 '통일벼' 기술 등 9개 성과가 이름을 올렸다.
1970년대 정부의 자동차산업 육성정책(1973년 장기자동차공업진행계획 발표)과 함께 현대는 외국모델 대신 독자모델 개발에 나서 '포니'를 탄생시켰다. 국내 기술 기반이 부족한 상황에서 선진업체의 기술을 어깨 넘어로 배워가며 만들어진 '포니'는 간결하면서도 기하학적 디자인으로 선풍적 인기를 모았다.
1980년대는 정부의 기술드라이브 정책과 함께 연구개발 지원 규모가 대폭 확대되고 민간의 개발 활동도 활발해지는 시기로 평가된다.
디램(DRAM) 메모리 반도체, 국산전전자교환기(TDX) 상용화, 감염병 예방의 효시 '한탄바이러스백신' 등 17개가 주목받았다.
이호왕 박사는 유행성출혈열의 원인균인 '한탄바이러스'를 한탄강 유역의 들쥐에게서 세계 최초로 발견(1976년)하고 그 진단법과 예방 백신을 개발했다. 유행성출혈열은 선진국에서 20여 년간의 연구에도 불구하고 그 원인을 알 수 없었던 감염병이었다. 예방백신의 개발(1989년 '한타박스'라는 이름으로 시판)로 당시 전세계적으로 매년 만명이 감염되고 그중 7%가 사망하는 무서운 감염병 문제를 해결할 수 있게 됐다.
1990년대는 탈추격형 기술혁신 논의가 활발해지고 신산업 창출을 위한 통신, 생명공학 기술과 우주·원자력 등 거대과학기술 개발 노력이 본격화된다.
코드분할다중접속(CDMA)기술 상용화, 라이신·핵산 발효기술, 우리별 인공위성, 한국형 표준원전(KSNP) 등 10개가 부상했다.
2000~2010년대는 글로벌 기술경쟁력 확보를 위한 연구개발 투자가 지속적으로 늘고 정보통신기술(ICT)·바이오기술(BT)·나노기술(NT) 등의 신기술과 다양한 형태의 융·복합 기술 개발이 가속화되는 시기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인간형 휴머노이드(휴보), 초음속 고등훈련기(T-50), 글로벌신약(팩티브), 나로호,대한민국표준시(KRISS-1) 제정 등 21개 성과가 선정됐다.
이장무 위원장은 "6·25 전쟁 직후 1인당 국민생산 66달러의 최빈국이었던 대한민국이 세계 13위권 경제대국으로 도약할 수 있었던 원동력은 바로 과학기술"이라며 "이번 대표성과 70선 선정을 계기로 과학기술과 과학기술인에 대한 국민의 관심이 커질 수 있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정종오 기자 ikokid@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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