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신범수 기자] 박근혜 대통령이 일본과의 해빙 분위기를 지렛대 삼아 국내외에서의 '고립 위기'를 타개할 수 있을지 주목된다. 지난해 세월호 참사와 올해 중동호흡기증후군(MERS·메르스) 사태로 인한 민심 동요를 제대로 조절하지 못한 박 대통령은 외교 측면에서도 별다른 성과를 내지 못했다. 이런 상황에서 원칙을 고수하며 대일관계 개선을 주도적으로 이끌어 나간다면 '한국의 외교고립'을 비판해온 목소리를 잠재울 수 있다. 더불어 사그라지던 집권 후반기 국정동력도 되살릴 기회를 마련할 전망이다.
청와대는 22일 전날 결정된 박 대통령의 일본대사관 주최 한일 국교정상화 50주년 기념 리셉션 참석과 관련해 "새로운 한일 관계의 미래를 열어나가기 위한 것으로 박 대통령은 양국이 과거사의 무거운 짐을 내려놓고 미래지향적 양국 관계 발전을 위해 상호 협력해 나갈 것을 (축사를 통해) 강조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그러나 박 대통령이 지난 15일 "행사를 갖는 것도 의미가 있지만 교착상태에 있는 한일 관계의 실타래를 어떻게 푸느냐가 보다 중요한 의미를 가진다"고 언급한 사실을 굳이 덧붙인 것은 '너무 앞서가는 해석'을 경계하려는 의도로 풀이된다.
박 대통령과 아베 신조 일본 총리의 국교정상화 리셉션 교차 참석은 동북아 안보지형에 확실한 긴장완화 바람을 일으킨다는 점에서 의미가 깊다. 한·중·일 3국 정상회담의 연내 개최에 이어 양국 정상 취임 후 첫 정상회담 개최 논의가 급물살을 탈 전망이다. 각 나라별 내부 사정으로 분위기가 깨질 위험은 여전하지만 수년간 이 지역을 휘감아온 역사적 갈등 고리가 2차대전 종전과 관련된 일련의 행사들을 계기로 해법의 실마리를 찾아가는 분위기가 형성된 것이다.
박 대통령은 이날 오후 서울에서 열리는 리셉션에서 '양국 관계 개선과 미래지향적 발전의 전제가 되는 일본의 결단'을 다시 한 번 강조할 것으로 예상된다. 지금까지 견지해온 입장에서 딱히 바뀐 게 없다. 4년 만에 외교부 장관을 일본에 보낸 것과, 대통령이 직접 리셉션 참석키로 한 것만으로도 관계개선 의지를 보여주는 데 충분하다는 생각이 깔려 있다.
때 마침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도 아베 총리를 만날 의사를 밝히고 나서 관심을 끈다.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의 러시아 전승기념일 참석에 이어 비슷한 취지의 중국 쪽 행사에 답방할 예정인 푸틴 대통령은 최근 외신기자들과 만나 "오래된 영토분쟁을 논의할 필요가 있으며 문제를 해결할 수 있을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고 교도 통신이 보도했다.
아베 총리의 8·15 담화는 동북아 긴장완화의 최대 변수다. 과거사에 대한 분명한 사죄와 반성이 담기느냐에 따라 3년 만의 한·중·일 정상회담과 연쇄적인 양자회담 개최 논의는 급물살을 탈 수도, 없던 일이 될 수도 있다. 이는 또한 향후 수년간 동북아 안보지형을 결정할 중대 계기가 됨과 동시에 박 대통령 입장에선 난국 타개의 최대 기회가 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신범수 기자 answer@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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