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기 정상회담 타진 속 위안부 문제 등 갈등이슈 주도권 잡기
[아시아경제 김동선 기자]한일 양국 정상이 국교정상화 50주년 기념행사에 교차 참석하고 정상회담 전망까지 나오는 것을 계기로 냉각된 양국관계에 전환점이 마련될 것으로 전망된다. 모처럼 찾아온 '수교 반세기'라는 해빙 기회를 잘 살려 정상회담으로 이어진다면 한일관계에서도 '비정상의 정상화'가 가속화될 것으로 보인다.
박근혜정부 들어 단 한 차례의 정상회담도 열리지 않을 정도로 그간 양국관계는 최악의 수준으로 치달았다. 물론 우익에 정치적 기반을 둔 아베 신조(安倍晋三) 일본 총리의 과거사 '역주행'이 가장 큰 원인이었다. 우리 정부도 역사와 안보ㆍ경제 문제는 별개라는 '투 트랙'을 기본 입장으로 요구할 것은 요구하고 협력할 것은 협력한다는 입장을 견지하면서 평행선을 달렸다.
그러나 올 들어 '샌드위치 외교'라는 여론의 질타 속에 중동호흡기증후군(MERSㆍ메르스) 여파로 불가피하게 방미 일정마저 연기한 박 대통령으로서는 외교를 통한 돌파구가 절실한 시점이다.
특히 최근 박 대통령의 지지율이 20%대로 추락한 상황에서 한일관계를 정상화시킨다면 박 대통령에게 국내 정치력을 복원할 지렛대가 될 수 있다. 또 한일관계 개선은 그간 큰 성과가 없었던 한반도 신뢰프로세스와 동북아평화협력구상 등 외교정책의 성패와도 직결된다. 이는 곧 미국의 아시아 재균형 정책에 따른 동북아 지역권 내에서 주도권 선점으로도 연결된다. 최근 박 대통령이 워싱턴포스트와의 인터뷰에서 위안부 문제와 관련해 '의미 있는 진전'이 있었다거나 '최종단계'라고 언급한 부분은 한편으로는 일본에게 적극적 해결을 주문하는 압박이며 다른 한편으로는 위안부 문제에서 주도권을 놓지 않으려는 것으로 해석된다.
국가 경제적인 측면에서도 한일관계의 냉각은 걸림돌이다. 1965년 수교 당시 2억200만달러에 불과했던 양국의 교역 규모는 지난해 859억5000만달러로 390배 증가했다. 그러나 역사문제가 크게 불거지면 민간 교류도 위축되고 양국 교역도 영향을 받을 수밖에 없다.
그런 점에서 21일 일본 도쿄에서 4년 만에 열린 한일 외교장관회담은 일단 한일관계 해빙의 단초를 마련했다는 평가다.
윤병세 외교부 장관과 기시다 후미오(岸田文雄) 일본 외무상은 이날 오후 일본 외무성 이이쿠라(飯倉) 공관에서 일본군 위안부와 일본의 근대산업시설 세계유산 등재 문제를 포함해 양국의 관심사에 대해 폭넓게 의견 교환을 했다. 2시간에 걸친 회담과 1시간의 만찬까지 약 3시간여 머리를 맞댄 것이다.
박 정부 들어 우리나라 외교수장이 일본을 방문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며 일본에서 양국의 외교장관이 따로 만난 것도 2011년이후 4년 만이라는 점에서 그동안 갈수록 꼬여가던 한일관계에서도 '비정상의 정상화'에 대한 노력이 엿보이는 대목이다.
그러나 여전히 양국관계 복원에는 곳곳에 암초가 도사리고 있다. 우선 오는 8월 발표될 아베 총리의 담화가 최대 변수다. 최근 아베 총리는 외신 인터뷰에서 '반성'을 담을 것이라고 했다. 하지만 명확하고 구체적인 입장이 없이 기대에 못 미칠 경우 한일관계는 다시 급랭할 수 있다. 또 막바지에 이르렀다는 위안부 문제 협의도 그 최종 내용이 실제 피해 할머니들의 이해를 얻을 수 있느냐가 관건이다.
박 대통령은 22일 오후 주한 일본 대사관이 개최하는 수교 50주년 기념 리셉션에서 미래 지향적 메시지를 강조할 예정이다. 박 대통령이 '외교의 여왕'이라는 타이틀에 걸맞게 한일관계의 정상화를 통해 집권 3년 차에 찾아온 국내 정치력 누수를 막을지 주목된다.
김동선 기자 matthew@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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