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이은정 기자] 한국은행이 기준금리를 1.75%로 조정한데 대해 경제전문가들은 침체된 경기를 방관하지 않겠다는 '신호'를 보냈다는 점에서 긍정적으로 판단했지만 효과는 크지 않을 것으로 전망했다.
한은이 기준금리 인하 정책을 통해 기대하는 효과는 바로 투자와 소비의 활성화를 통한 경기 회복이다. 통상 기준금리를 내리면 시장금리도 따라 떨어진다. 이는 자금 수요 증가와 통화량 증가를 유도해 기업투자 확대와 가계의 소비 증가로 이어질 수 있다. 통화정책 기조의 변화가 경제주체들의 경제에 대한 전망이나 예상을 변화시켜 총수요에 영향을 미치고 궁극적으로 경기에까지 영향을 미치는 것이다.
하지만 지금 우리 경제 상황에서 이같은 효과를 기대하기 힘들다는 게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기업들의 현금보유가 넘쳐나는 상황에서 금리인하가 투자 확대로 연결될 가능성이 낮은 데다 가계 역시 부채 부담에 소비를 늘리기 어렵기 때문이다. 금리를 조금 내린다고 경제심리가 회복될 상황이 아니라는 설명이다.
이준협 현대경제연구원 경제동향실장은 "이번 금리인하가 추경까지 이어진다면 심리안정 효과는 더 커질 수 있다"면서도 "하지만 메르스 때문에 외부 활동을 하지 않는 상황에서 기준금리를 내린다고 소비가 살아날지는 미지수"라고 평가했다. 이 실장은 "금리인하가 환율에 미치는 영향도 명확하지 않다"며 "외환정책의 한 수단으로 금리카드를 꺼냈다간 벼룩 잡으려다 초가삼간을 다 태울 수도 있다"고 꼬집었다.
박형민 신한금융투자 채권분석팀장도 "이미 미국의 금리 인상 시점이 다가오면서 시중금리가 올라가고 있다"며 "기준금리 인하로 채권금리가 반짝 떨어지겠지만 결국 미국 움직임을 따라가면서 기준금리 인하효과를 희석시킬 것"으로 분석했다.
금리 인하에 따른 가계부채 증가와 미국 금리 인상 가능성으로 인한 자본 유출 확산에 대한 우려 시각도 만만찮았다. 윤석헌 숭실대 교수는 "가계부채 문제는 대통령 선거 전부터 나온 얘기이지만 지금까지 아무런 조치가 없었다"며 "지금은 브레이크를 걸어야 할 때인데 금리가 인하돼 가계부채만 심각해질 수 있다"고 우려했다. 그는 또 "환율문제로 금리가 중요한 이슈로 부각되고 있지만 미국이 금리를 올린다면 우리도 불가피하게 쫓아가야 한다"며 "지금 너무 낮은 수준까지 떨어진 상태라 외화의 유출가능성을 최소화하기 위해 예상보다 빠른 속도로 따라가야 할 수도 있다"고 덧붙였다.
반면 신성환 한국금융연구원장은 "메르스로 인한 경제성장률 저하는 무시하기 어려운 수준이다"며 "지금 상황에선 (금리인하말고) 다른 대안이 별로 없으며 추경도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신 원장은 "가계부채 문제가 실이 될 수 있는데 이는 은행 건전성 금융 규제를 통해 관리하면 된다"며 "미국의 금리인상시 자본유출도 우려보다 적을 수 있다"고 말했다.
이은정 기자 mybang21@asiae.co.kr
<ⓒ투자가를 위한 경제콘텐츠 플랫폼,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