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나주석 기자] 국회법 개정안을 두고서 청와대와 국회가 힘겨루기를 벌이고 있지만 정작 국회가 행정입법의 법률 위반 여부를 검토할 수 있는 여건은 제대로 갖추고 있지 못한 것으로 나타났다.
국회는 지난달 29일 법률을 위반하는 시행령 등 행정입법의 수정ㆍ변경을 요구할 수 있는 내용의 국회법 개정안을 통과시켰다. 하지만 정작 행정입법이 실제 법률을 위반하는지 여부를 검토하기 힘든 구조이며, 실제 검토 사례도 많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정성호 새정치연합 의원이 최근 공개한 자료에 따르면 19대 국회가 들어선 이후 지난해 8월까지 약 2년간 법률을 위반하는 행정입법에 대해 해당 기관에 시정을 요구한 건수는 4건에 불과했다. 18대 국회에서는 총 148건의 시정 요구가 있었지만 19대 국회에서는 턱없이 줄어든 것이다.
국회법은 행정입법이 법률에 위반하는지 여부를 검토하는 의무를 국회 상임위원회 전문위원에 부여했다. 이들이 시행령 등 행정입법을 검토한 결과 법률의 취지와 내용에 맞지 않는다고 판단할 경우 해당 상임위에 보고를 하면 해당 상임위에서 논의해 해당기관에 조치를 요구할 수 있도록 하는 시스템이다.
하지만 이같은 절차를 거친 경우가 적은 이유는 일차적으로 각각 상임위 전문위원의 막중한 업무 부담에서 찾을 수 있다. 국회 상임위 전문위원은 수석전문위원과 전문위원을 포함해 모두 37명에 불과했다. 물론 전문위원은 법제실과 입법조사관 등의 지원을 받을 수 있지만 행정부 전체에서 만들고 있는 행정입법 전체를 살피기에는 역부족이다. 더욱이 이들은 기본적으로 법률 검토 등 현안 대응만으로도 시간 부족을 호소하고 있는 상황이다.
국회 상임위 한 전문위원은 "인력 부족 등으로 인해 시행령이 법률을 위반하는지 여부 등을 살필 여건이 되지 않는다"며 "해당 상임위원회에서 의지를 가지고 접근하지 않는 이상 전문위원들은 법률과 예산안 검토 등 현안에 치중할 수밖에 없는 실정"이라고 말했다.
여당과 야당, 또 의원들간의 이해관계가 다른 상황에서 상임위에서 먼저 시행령의 문제점을 찾는 것이 쉽지 않다는 지적도 있다. 한 상임위원장실 관계자는 "행정입법 수정 요구의 경우 소속 상임위 의원들간의 입장이 다를 수 있는 경우가 많은데 이를 상임위에서 먼저 문제 삼을 수 없는 구조"라고 설명했다.
나주석 기자 gonggam@asiae.co.kr
<ⓒ투자가를 위한 경제콘텐츠 플랫폼,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