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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행령 '권한 싸움'…메르스 대응에도 불똥 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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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해 사업 신속 대응 위해 예비타당성 면제
-이명박 정부 4대강 편법 이용으로 2014년 절차 강화돼
-재해 사업 예타 면제 국회 동의 얻도록 정치권 개정
-정부 "여기에 시정 요구 압박 더해지면 신속 대응 어럽다" 우려


[아시아경제 전슬기 기자] 행정부와 입법부의 시행령 권한 싸움이 중동호흡기증후군(MERS·메르스) 등 재해 대응에도 불똥이 튈지 주목된다. 과거 정치권은 정부의 재해 관련 사업 시행령에 한 차례 제동을 걸은 바 있어 '국회법 개정안'으로 재난 대응이 더 어려워질 것이라는 관계기관의 불만이 나오고 있기 때문이다.

현행 국가재정법은 시행령 제13조2항을 통해 재해 관련 사업은 예비 타당성 조사를 면제받을 수 있다. 예비타당성 조사는 정부가 공공투자사업을 시행할 때 예산 낭비를 막기 위해 사전에 사업 추진 여부를 판단하는 제도다. 조사기간은 6개월 이내지만, 1년을 넘어가는 사업도 있다. 정부는 지진, 홍수, 전염병 등 재해에 대해서는 신속한 대응이 필요하기 때문에 이러한 예비타당성 조사를 면제하고 있다. 재해예방 및 복구지원·시설안전성 확보·보건·식품 안전문제 등으로 시급한 추진이 필요한 사업 등이다.


현재 전국으로 퍼지고 있는 메르스 대응 사업도 면제 대상이 될 수 있다. 보건당국은 3차 감염자까지 발생하면서 격리 인원이 수천 명에 이를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반면 전국 17개 국가지정병원에 일반 병상은 470여개로 조사되고 있으며, 음압 시설을 갖춘 병상도 105개에 불과하다. 향후 격리 시설을 늘리는 사업이 추진될 경우 신속한 추진을 위해 예비타당성 조사의 면제가 검토될 수 있다. 메르스에 대한 방역 사업과 후속 대책 사업도 해당될 가능성이 있다.

하지만 이 면제 조항은 '국회의 동의'라는 전제가 깔려 있다. 시행령에 따르면 재난예방을 위하여 시급한 추진이 필요한 사업의 면제 결정은 국회 소관 상임위원회의 동의를 받아야 한다. 이 조치는 지난 2014년 국회가 국가재정법 개정안을 통과시킨 결과다. 정부의 예비타당성 생략 절차가 까다로워지도록 국회가 제동을 건 것이다.


제동의 이유는 이명박 정부의 4대강 사업 때문이었다. 이명박 정부는 4대강 사업을 추진하면서 '면제 조항'을 편법으로 이용했다. 30조원 가까운 재정이 투입됐음에도 재해 사업이라고 포장해 예비타당성 조사를 교묘하게 피했던 것이다. 국회는 불가피하게 이러한 재해 사업 예비타당성 조사의 면제 기준을 강화할 수밖에 없었다. 면제 조건은 시행령에서 법률로 격상됐고, 국회 동의 절차가 생겨났다. 당시 여당 의원들 조차 "괜히 4대강 전과가 있어 가지고"라며 관련 법안을 통과시켰다.


불가피한 조치지만 행정부 입장에서는 불편할 수밖에 없다. 재해 대응 자체에 대해서 정치권이 반대할 리 없지만, 소관 상임위에 일일이 보고해야 하는 과정에서 대응 속도가 느려질 수도 있기 때문이다. 정치권의 견제로 누락되는 사업이 발생할 수도 있다.


여기에 국회법 개정안으로 정치권의 견제가 더 심해질 가능성이 있자 정부는 우려를 나타내고 있다. 현재도 국회 동의가 필요한데, 시정 요구의 압박까지 받아야 한다는 주장이다. 정부 부처 관계자는 "국회가 국가재정법시행령 면제 조항까지 수정 요구를 할 경우, 적시·적소의 재해 예방이 이루어지지 못해 대형사고로 이어질 우려가 있다"고 불만을 나타냈다.




전슬기 기자 sgjun@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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