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정부 권한, 시행령 뿐만 아니라 행정해석도 있어
-정부, 임금피크제·해고요건 완화 행정해석 우회 추진
-野, 대표적 행정해석 근로기준법 모법 위반 사례 포함
[아시아경제 전슬기 기자]청와대와 국회의 시행령 수정요구를 둘러싼 국회법 충돌이 노동개혁을 계기로 정부의 또 다른 고유권한인 '행정해석'으로 확산될 조짐이다. 임금피크제ㆍ일반해고요건 완화 등 노동개혁에 대한 노사정위원회 합의가 불발되자 고용노동부가 또 다른 고유권한인 '행정해석'으로 우회 방안을 추진하고 있기 때문이다. 행정해석은 법 시행에 대해 정부가 내리는 지침이다.
당정은 2일 민간기업에서 노사 간 동의가 없어도 임금피크제를 도입할 수 있게 지침을 마련하기로 의견을 모았다. 정부는 노조 동의를 거치지 않은 취업규칙 변경도 사회통념상 가능하다고 행정해석을 내려 임금피크제 실시를 추진하겠다는 것이다. 임금피크제 도입은 지난해부터 노사정위에서 논의됐지만 노동계의 반발로 합의가 결려됐다. 합의가 어려워지자 정부는 고유권한인 '행정해석'을 통해 임금피크제 도입의 길을 열 수 있는 우회 방안을 선택한 것이다. 정부는 일반해고요건 완화도 행정해석을 통해 지침을 마련할 방침이다.
문제는 고용부의 행정해석도 시행령 처럼 행정부의 '권한 남용' 논란이 불거질 수 있다는 것이다. 정부는 법을 집행할 때 애매할 수 있는 부분에 대해 자체적인 해석을 해서 가이드라인을 제시한다. 행정해석은 사례별 법 적용이 복잡한 고용 관련 법에서 많이 사용된다. 행정해석은 유권해석의 하나로 최종적인 구속력이 없지만 현장에서 '강력한 기준'으로 사용된다.
대표적인 행정해석이 근로시간이다. 현행법의 근로시간은 주 40시간, 연장근로 한도는 12시간으로 1주일에 총 52시간이 최대한도다. 하지만 휴일근로를 연장 근로로 간주하지 않는 고용부의 행정해석으로 인해 근로자들은 1주일에 최대 68시간 일을 하고 있다. 정부는 과거 노조법 개정 후에도 근로시간 면제 제도에 대해 행정해석으로 가이드라인을 만들려고 했지만 노동계의 반발로 무산됐다. 통상임금 문제도 정부의 행정해석과 법원 판례의 불일치로 혼란이 계속 되고 있는 상태다.
막강한 영향을 미치는 행정해석이지만 뚜렷한 제재 방안은 없다. 시행령 보다 더 '무서운 권력'이라는 말이 나오는 이유다. 정부의 행정해석은 구속력이 없다는 이유로 법망의 사각지대에 있다. 국무회의를 통과해야 하는 시행령은 국회의 시정 요구라도 가능하지만, 행정해석은 각 사례별로 법원에 시정 소송을 낼 수 밖에 없다. 또 국회에서 행정해석을 변경하려면 그 부분을 일일이 입법해야 한다.
특히 법원의 판례가 나와도 정부가 지키지 않으면 그만이다. 실제로 정부는 지난 2011년 서울중앙지법이 복수노조 시행일을 2011년 7월1일로 해야 한다는 금속노조 측의 가처분 신청을 인용했음에도 불구하고, 시행일을 2010년 1월1일로 한다는 행정해석을 계속 유지했다. 국회 관계자는 "사실 행정해석이 시행령 보다 더 무서운 부분이다. 정부에 변경하라고 요구할 뾰족한 방법이 없다"고 전했다.
야당은 시행령 권한 문제를 행정해석까지 확산시킨다는 계획이다. 새정치민주연합은 1일 모법을 위반한 행정부의 사례에 근로시간 행정해석 부분도 포함했다. 국회 환경노동위원회 차원에서 향후 임금피크제와 일반해고요건 완화의 지침 마련에 대해서도 월권 부분을 문제 제기할 예정이다. 행정부 권력에 대해 비판 여론이 제기된 만큼 정부의 노동개혁도 권한 문제를 부각시켜 돌파해 나가겠다는 것이다.
강기정 새정치민주연합 정책위의장은 "근로기준법은 시행령이 아닌 행정해석으로 제시하고 있지만, 행정해석으로 법의 범위를 넘어서고 있다"고 비판했다. 환노위 관계자는 "행정해석 부분도 노동개혁으로 인해 논란이 더 커질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전슬기 기자 sgjun@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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