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년 전 '이케아 상륙' 예견한 이 기업
주방가전 등 유연한 확장도 한몫
[아시아경제 조강욱 기자] 가구업체 한샘의 나 홀로 질주가 무섭다.
28일 종가 기준 한샘의 시가총액(시총)은 5조3422억원으로 코스피 50위에 올랐다. 지난 2013년 시총 1조원을 돌파한 지 불과 2년 만에 5배나 늘었다. 시총만 놓고 보면 현대건설(4조9776억원), 삼성카드(4조8603억원), 호텔신라(4조8471억원), 삼성전기(4조2874억원) 등을 앞선다.
부동산 등 내수경기 침체 상황을 감안하면 매우 이례적이다. 더욱이 지난 2008년 10조원에 달하던 국내 가구시장은 현재 8조원 규모로 축소된 상황. 가구업체들이 줄도산 하고 있는 상황속에 한샘의 나 홀로 성장이 주목받는 이유다.
한샘은 특판 비중을 줄이고 기업ㆍ소비자 간 거래(B2C) 비중을 대폭 늘리는 전략을 세웠다. 매장 대형화는 물론, 온라인과 홈쇼핑으로 유통 채널을 확대하는 공격적인 전략도 주효했다. 실제 한샘의 매출은 2010년 6239억원에서 지난해 1조3250억원으로 2배 이상 고속 성장했다.
한샘의 발 빠른 시장대응은 창업주와 전문경영인의 확실한 역할분담이 있었기에 가능했다. 디자이너 출신인 창업주 조창걸 명예회장(76)은 독특한 관점으로 문제 해결방안을 제시하는 것으로 유명하다. 이미 20년 전부터 이케아의 한국 진출을 염두에 두고 이에 대비한 사업 전략을 세워야 한다고 입버릇처럼 말해 왔다.
조 명예회장은 지난 3월 한국판 브루킹스 연구소를 만드는데 사재 4400억원을 쾌척하기도 했다.
강승수 한샘 기획실장(사장)은 "20여년 전에 조 명예회장과 함께 미국 뉴욕 이케아 매장을 둘러본 적이 있다"면서 "당시 조 명예회장이 이케아의 한국진출에 대비해야 한다고 말해 깜짝 놀란 기억이 있다"고 했다.
최양하 한샘 대표이사 회장(66)은 창업주와 함께 한샘의 오늘을 일궈낸 주인공이다. 그가 입사했던 1979년 당시 한샘의 매출은 30억원에 불과했다.
최 회장은 '가구가 아닌 공간을 판다'는 개념을 창안, 한샘을 '인테리어 유통' 회사로 탈바꿈시킨 장본인이다. 그는 주택의 가치가 미래 자산에서 현재 사용 가치로 옮겨갈 것이라는 믿었다. 가구업이 제조업에서 유통업 중심으로 이동할 것이라는 판단을 한 것이다. 그 믿음과 판단은 정확히 들어맞았다.
한샘은 싱크대(부엌가구), 거실 및 침실가구에 이어 욕실까지 사업영역을 확장하고 있다. 더 나아가 지난해 말 기기사업부를 신설하고 LG전자와 공동으로 식기세척기, 전기레인지, 원액기 등 소형가전을 개발 중이다.
최 회장은 "기존 인테리어사업에 소형가전 진출, 인수합병(M&A)을 통한 건자재사업 확대 등을 통해 가구업체의 기존 틀을 깨겠다"고 했다.
조강욱 기자 jomarok@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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