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양낙규 기자]주한미군 오산 공군기지로 살아있는 탄저균이 배달되는 사고가 발생했지만 미측에서 탄저균 실험 과정과 폐기 처분 방법 등의 구체적인 내용은 밝히지 않고 논란이 되고 있다.
주한미군사령부는 28일 보도자료를 통해 "지난 27일 오산 공군기지에서 탄저균으로 의심되는 표본의 노출 가능성을 조사하기 위한 신중한 예방조치를 실시했다"면서 "오산 공군기지에 있는 응급격리시설에서 탄저균 표본을 폐기 처분했다"고 밝혔다.
주한미군 연구소인 합동위협인식연구소(ITRP)는 당초 비활성 상태인 탄저균을 갖고 배양 실험을 통해 균을살려내 각종 제독 실험을 할 예정이었다. 하지만 해당 표본은 살아있는 탄저균으로 미국 유타주 더그웨이에 있는 국방부 산하 연구소인 생화학 병기 실험실로부터 배달됐다는 것이다. 주한미군 측은 살아 있는 탄저균 표본을 비활성화 상태 및 무해한 균으로 판단하고 실험을 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탄저균 샘플이 이송된 것으로 알려진 주는, 텍사스, 위스콘신, 델라웨어, 뉴저지, 테네시, 뉴욕, 캘리포니아, 그리고 버지니아주다. 그리고 주한미군 기지는 오산 공군기지인 것으로 알려졌다.
미군 측은 배양 실험 중 탄저균이 살아 있는 것으로 확인하고, 유해물질관리팀을 소집해 즉각 시설물을 차단하고 미국 질병통제예방센터 규정에 따라 탄저균을 폐기 처분했다고 설명했다. 주한미군사령부는 탄저균 표본 식별과 폐기 처분한 사실을 전날 우리 정부에 통보한 것으로 알려졌다.
미국 군 연구소에서 주한미군 오산 공군기지로 배송된 살아 있는 탄저균에 오산기지 실험요원 22명이 노출됐던 것으로 드러났다. 생물학무기로 쓰이는 병균인 탄저균은 사람이나 동물의 체내에 침입하면 독소를생성해 혈액 내의 면역 세포를 손상해 쇼크를 유발하고 심한 경우 사망에 이르게 한다. 지난 2001년 미국에서는 가루 형태의 탄저균 포자가 담긴 편지가 배달돼 12명의 우편 배달원과 10명의 시민들이 감염됐으며, 그 중 5명은 사망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 때문에 탄저균은 살아있는 상태로 옮기는 것이 엄격하게 금지돼 있다.
주한미군 측은 북한의 탄저균 등 생물무기 공격에 대비해 탄저균 백신을 보유하고 있으며 탄저균 제독 실험 등을 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주한미군사령부는 "훈련에 참가했던 22명의 요원이 감염됐을 가능성에 대비해 검사하고 항생제와 백신을 투여하는 등 적절한 의료 조치를 취했다"면서 "현재 누구도 감염 증상이 나타나지 않고 있다"고 전했다.
양낙규 기자 if@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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