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오현길 기자] 왕지네에서 아토피 치유에 효능이 있는 항생물질이 개발됐다.
27일 농촌진흥청은 삼육대학교 약학대학과 차세대 유전체 해독 기술을 이용해 왕지네에서 분리한 새로운 항생물질이 아토피 치유에 효능이 우수하다는 것을 동물 실험과 세포 실험을 통해 구명했다고 밝혔다.
농진청은 동의보감에 왕지네가 중풍과 경간, 관절염, 림프선염, 암종 등에 효과가 있다고 쓰여있을 정도로 많이 활용되고 있어 본격 연구에 착수, 이번 결과를 얻어냈다고 설명했다.
왕지네 학명을 따라 '스콜로펜드라신(scolopendrasin)Ⅰ'이라 명명된 이 물질은 왕지네 등 곤충이 세균에 대항하기 위해 분비하는 항균 펩타이드로 14개의 아미노산으로 구성된다.
농진청은 생쥐를 이용한 실험에서 이 물질이 아토피 피부염 치유에 탁월한 효능을 검증했다.
실험 결과에 따르면 아토피성 피부염 증상인 홍반, 가려움, 부종, 짓무름 등을 종합해 관찰한 관능 평가에서 스콜로펜드라신Ⅰ을 투여한 생쥐가 투여하지 않은 생쥐보다 피부염 점수가 유의성 있게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스콜로펜드라신Ⅰ을 투여한 생쥐는 기존 치료제를 투여한 생쥐보다도 약 15%∼42% 정도 더 강력한 감소 효능을 보였다.
아토피가 생겼을 때 발생하는 발적과 부종의 원인 물질로 알려진 '면역글로불린 E(IgE)'와 '히스타민(histamine)'이 증가하는데, 스콜로펜드라신Ⅰ을 투여한 생쥐에서 이 물질들이 각각 37%∼57%, 71%∼82% 가량 줄어든 것으로 확인됐다.
스콜로펜드라신Ⅰ의 항아토피 효능은 아토피를 일으키는 비만세포(mast cell)를 이용한 실험에서도 검증됐다. 아토피 발생 시, 비만 세포에서 히스타민과 같은 염증 매개 물질이 분비되는데, 스콜로펜드라신Ⅰ의 농도에 따라 비만 세포의 히스타민 분비가 약 36%∼47% 가량 억제됐다.
스콜로펜드라신Ⅰ에 의해 아토피를 일으키는 염증 매개 인자들인 프로스타글란딘 D2(PGD2)와 종양괴사인자(TNF-α)의 생성도 억제되는 것으로 나타났다.
농진청은 이번에 개발한 스콜로펜드라신Ⅰ에 대해 특허를 출원, 산업체에 기술을 이전할 계획이다. 황재삼 농진청 곤충산업과 연구관은 "스콜로펜드라신Ⅰ이 임상시험을 통해 인체에 효능이 입증된다면 시판 중인 증상 완화제보다 더 우수한 치료제가 될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한편 우리나라 아토피성 피부염 유병률은 꾸준히 늘어 약 10%∼20%로 보고되고 있으며, 세계 아토피성 피부염 시장 규모는 2012년 기준 39억 달러에 달하는 것으로 추정된다.
오현길 기자 ohk0414@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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