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양낙규 기자]고고도 미사일방어체계(THAADㆍ사드)의 한반도 배치문제를 놓고 한미간 엇갈린 입장이 연이어 나오고 있어 논란이 커지고 있다. 미정부는 사드의 한반도 영구배치 가능성까지 내놓고 있는 반면 우리 정부는 '3No'정책을 고수하며 언급을 자제하고 있다.
프랭크 로즈 미 국무부 군축ㆍ검증ㆍ이행담당 차관보는 19일(현지시간) 정책연구기관 한미연구소(ICAS) 주최로 열린 토론회에서 "사드가 한국에서 가동된다면 북한의 중ㆍ단거리 미사일에 대처할 방어용 무기체계가 될 것이며 우리가 한반도에 사드 포대의 영구 주둔을 고려있다"고 언급했다.
로즈차관보의 발언은 지난달 10일 애슈턴 카터 미국 국방장관이 한민구 국방장관과의 회담 직후 연 공동기자회견에서 "현재 세계 누구와도 아직 사드 배치를 논의할 단계는 아니라고 생각한다"며 선을 그은 지 약 40여일 만에 나온 것이다. 특히 로즈차관보의 발언은 최근 연이어 터져 나오는 미 정부 고위급 관계자의 발언과 일맥상통한다는 점에서 사드배치에 대한 미정부의 강한 의지를 보여준 것이라는 평가다.
존 케리 장관은 전날 서울 용산 주한미군기지에서 방한 마지막 일정을 소화하면서 북한의 위협을 거론하던 도중 "우리는 모든 결과에 대비해야 한다"며 "이것이 바로 우리가 사드와 다른 것들에 관해 말하는 이유"라고 밝혔다. 케리 장관이 공개로 사드의 한반도 배치 필요성을 언급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이어 스캐퍼로티 한미연합사령관도 19일 극동포럼 주최로 열린 강연에서 "최근 몇 년 동안 북한의 위협이 계속 변해왔으며 앞으로도 변화할 것"이라며 "한미 양국이 (한국에 사드를) 배치하는 문제를 개별적으로 검토하고 있으며 어떤 시점이 적절한지 고민하고 있다"고 말했다.
반면, 우리 정부는 사드의 한반도 배치에 대해 '3No'정책을 고수하며 진화하기 바쁜 모습이다. 3No는 'No Request(요청), No Consultation(협의), No Decision(결정)'을 말한다.
외교부는 "(사드는) 한미 외교장관 회담에서 전혀 협의된 바 없다"고 선을 그었고 국방부는 "사드 관련 미 측의 요청도, 우리 측과 협의나 논의도 없었다"며 기존 '3No' 방침을 고수했다. 일각에서는 우리 정부가 사드배치에 대한 필요성은 느끼고 있지만 여론에 떠밀려 망설이고 있는 것 아니냐는 지적도 나온다. 한민구 국방부 장관도 지난 2월 사드의 주한미군 배치 문제와 관련, 우리 국방부는 전략적 모호성을 유지할 필요가 있다는 견해를 밝힌 바 있다.
이 때문에 미측의 연이은 사드배치 공세에 본격적으로 논의해야 하는 것 아니냐는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유승민 원내대표는 당 원내대책회의에서 "작년부터 미국의 국무부, 국방부, 주한미군 핵심 인사들이 사드 등 미사일 방어를 언급하고 우리 정부는 계속 '3No' '요청도 협의도 결정도 없다'는 3No를 말하는 상황은 한미 동맹의 정상적인 모습이 아니라고 본다"며 "이 점이 한미 정상회담의 핵심 의제가 되길 희망한다"고 말했다.
일각에서는 이달 29일부터 싱가포르에서 열리는 아시아안전보장회의(샹그릴라 대화)를 계기로 분수령을 맞는 것 아니냐는 주장도 나온다. 이 대회에서 한ㆍ미ㆍ일 3국과 한미 양국의 국방장관회담을 열고 사드문제를 다시 논의될 수 도 있다는 것이다.
한편, 미국 정부는 록히드마틴과 계약한 7개 사드 포대 중 이르면 내년부터 인수할 여섯 번째와 일곱 번째 포대를 한국을 포함한 국외 주둔기지에 배치하는 방안을 검토할 것으로 알려졌다.
양낙규 기자 if@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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