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양낙규 기자]고(高)고도미사일방어체계(THAAD·사드)의 한국 배치논란이 다시 고개를 들고 있다. 우리 정부는 사드 배치에 대해 '3No'정책을 고수하고 있지만 미국발 입김에 모호한 입장만 펴고 있다는 지적이다. 우리정부의 3No는 'No Request(요청), No Consultation(협의), No Decision(결정)'을 말한다.
사드 논란은 지난달 10일 애슈턴 카터 미국 국방부 장관이 "미국은 현재 세계 누구와도 아직 사드 배치를 논의할 단계가 아니라고 생각한다"고 밝혀 소강국면에 들어갔다.
하지만 18일 존 케리 미국 국무장관이 사드 배치 필요성을 언급한 데 이어 커티스 스캐퍼로티 한미연합사령관도 사드를 언급하면서 논란을 다시 불거졌다.
케리 장관은 서울 용산 주한미군 기지를 방문해 미군 장병들과 만난 자리에서 북한의 위협을 거론한 뒤 "우리는 모든 결과에 대비해야 한다"며 "이것이 바로 우리가 사드와 다른 것들에 관해 말하는 이유"라고 말했다. 박근혜 대통령과 윤병세 외교장관을 만난 자리에서는 사드에 대해 전혀 언급이 없다가 출국 전 마지막 일정에서 돌연 사드 문제를 꺼낸 것이다.
이어 스캐퍼로티 한미연합사령관은 19일 극동포럼 주최로 열린 강연에서 "최근 몇 년 동안 북한의 위협이 계속 변해왔으며 앞으로도 변화할 것"이라며 "한미 동맹 변혁의 차원에서 새로운 자산의 도입 및 통합을 통한 군사적 능력 강화를 추구하고 있다"고 밝혔다. 그는 강연이 끝난 뒤 언론에 "한미 양국이 (한국에 사드를) 배치하는 문제를 개별적으로 검토하고 있으며 어떤 시점이 적절한지 고민하고 있다"고 말한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우리 정부는 진화에 나서기 바쁘다. "아직 그럴 단계가 아니다"라는 입장이다.
외교부는 "(사드는) 한미 외교장관 회담에서 전혀 협의된 바 없다. 그가 언급한 'we(우리)'는 한미가 아닌 미국 내부를 의미한다"는 입장이며 국방부는 "사드 관련 미 측의 요청도, 우리 측과 협의나 논의도 없었다"며 기존 '3No' 방침을 강조했다.
이에 대해 유승민 원내대표는 당 원내대책회의에서 "작년부터 미국의 국무부, 국방부, 주한미군 핵심 인사들이 사드 등 미사일 방어를 언급하고 우리 정부는 계속 '3No' '요청도 협의도 결정도 없다'는 3No를 말하는 상황은 한미 동맹의 정상적인 모습이 아니라고 본다"며 "이 점이 한미 정상회담의 핵심 의제가 되길 희망한다"고 말했다.
일각에서는 이달 29일부터 싱가포르에서 열리는 아시아안전보장회의(샹그릴라 대화)를 계기로 분수령을 맞는 것 아니냐는 주장도 나온다. 이 대회에서 한·미·일 3국과 한미 양국의 국방장관회담을 열고 사드문제를 다시 논의될 수 도 있다는 것이다.
사드는 미국의 군사기지를 공격하는 적의 중거리미사일을 격추시킬 목적으로 제작된 공중방어시스템이다. 1991년 걸프전 당시 이라크의 스커드미사일 공격에 대한 방어망체제의 구축 요청에 따라 개발됐다. 1992년부터 개발이 완성되기까지 사드개발에 투입된 금액만 40억달러에 달한다. 미국 정부는 록히드마틴과 계약한 7개 사드 포대 중 이르면 내년부터 인수할 여섯 번째와 일곱 번째 포대를 한국을 포함한 국외 주둔기지에 배치하는 방안을 검토할 것으로 전해졌다.
양낙규 기자 if@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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