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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리상식' 깨졌다…2년 예금이 1년보다 이자 적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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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니어제로 금리시대' 이상현상

[아시아경제 이은정 기자] # 직장인 김인영(39세)씨는 지난달 수령한 2000만원의 적금을 예금으로 예치하기 위해 은행을 찾았다가 깜짝 놀랐다. 2년 후 전세 재계약 시기와 맞추기 위해 2년제 예금 상품을 문의했더니 대부분의 상품 금리가 1년제와 큰 차이가 없었기 때문이다. 2년제 예금 상품 중 일부는 1년제 상품보다도 금리가 더 낮았다. 김씨는 "돈을 오래 저축할수록 금리가 높다는 것이 금융 상식인데 금리 역전 현상에 깜짝 놀랐다"고 말했다.


돈을 은행에 오래 맡길수록 높은 금리를 받을 수 있다는 '금리공식'이 깨졌다. 단기 상품(1년 이하) 금리가 장기 상품(1년 이상) 금리보다 높은 경우가 늘고 있다. 초저금리 시대에 단기 상품 수요가 늘어나면서 이같은 금리역전 현상은 더욱 뚜렷해질 전망이다.

18일 은행권에 따르면 외환은행의 'e-파트너정기예금'은 1년 예금 금리가 1.75%인 데 반해 2년 예금 금리는 1.70%에 그쳤다. 돈을 오래 맡길수록 불리한 구조다. 제주은행의 사이버우대정기예금도 1년 만기 상품의 금리가 2년 만기 상품의 금리보다 0.08%포인트 더 높다. 우리은행의 키위정기예금의 금리는 1년 만기나 2년 만기나 모두 똑같은 1.75%다.


예금과 적금 금리도 비슷해졌다. 은행들은 그동안 매달 일정 금액을 입금하는 적금 상품의 경우 예금 상품보다 금리를 1%포인트 정도 더 줬다. 금융 소비자들 사이에 예금 상품에 한꺼번에 목돈을 예치하기 보다는 수시입출금통장에 목돈을 넣어두고 적금 통장으로 매달 자동이체하며 이자를 챙기는 재테크 방식이 유행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지난달 3월 기준금리가 1%대로 떨어진 후 적금 금리의 하락세가 가팔라지면서 최근 예ㆍ적금의 금리 차이는 0.1~0.2%포인트로 좁혀졌다. KB국민은행의 대표 온라인 적금 상품인 e-파워자유적금의 1년제 금리는 1.90%로 e-파워 정기예금보다 0.10%포인트 높다.

일부 예ㆍ적금 상품의 금리는 자사의 수시입출금 금리보다도 낮다. 한국씨티은행의 예ㆍ적금 상품인 프리스타일예금과 라이프플랜저축의 1년제 금리는 각각 1.30%에 그치지만 자유입출금식 계좌인 '참 착한 플러스 통장'은 최고 연 2.0%에 이른다.


이같은 금리역전 현상은 은행들이 기준금리가 더 떨어질 수 있다는 우려에 따른 리스크 관리의 결과로 풀이된다. 한국은행이 5월 기준금리를 동결했지만 금융 시장에는 여전히 추가 인하를 예상하는 시각이 많다. 기준금리 인하는 은행의 예대금리차 하락으로 이어져 수익성 악화를 초래할 수 밖에 없다. 시중은행의 한 수신상품 담당자는 "금리 하락시기에 높은 금리를 제공하는 장기 예금상품을 유치했다가 자칫 역마진을 볼 수 있다"며 "최근 1년 만기의 예금 신상품 개발에 집중하고 있으며 2년 이상 장기 상품의 마케팅은 최소화하고 있다"고 말했다.


초저금리 시대를 맞아 금융 소비자들이 단기 상품 중심으로 자금을 운용하고 있는 것도 금리 역전 현상을 부추긴다. 한은에 따르면 4월 은행의 수시입출식 예금은 전달보다 3조2000억원이 늘었지만 정기예금은 4조3000억원이 감소했다. 김완중 하나금융경영연구소 팀장은 "초저금리기 기조가 상당히 지속될 수 밖에 없어 금리역전 현상은 더욱 뚜렷해질 것"이라며 "1%대의 금리 상품에 장기로 돈을 묶어두기 보다는 단기, 대체상품에 대한 탐색이 활발해 지며 또 다른 시장을 형성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은정 기자 mybang21@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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