日의 조선인 강제징용 현장, 유네스코 세계유산 등재 유력
[아시아경제 김동선 기자]조선인 강제징용과 강제노동이 자행된 일본 근대산업시설의 유네스코 세계유산 등록이 유력한 것으로 알려지면서 외교부가 또다시 궁지에 몰렸다.
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THAADㆍ사드), 아시아인프라투자은행(AIIB) 문제에서부터 일본의 독도 영유권 주장 교과서 개정, 아베 신조(安倍晋三) 일본 총리의 사과 없는 미 의회 연설에 이어 이번엔 문화유산발 악재가 터진 것이다.
지난 4일 세계유산위원회(WHC)의 민간 자문기구인 국제기념물유적협의회(ICOMOS)는 일본이 세계유산으로 신청한 메이지시대 근대산업시설 23곳에 대한 등재 권고 결정을 일본 측에 통보했다. 문제는 이 시설 중 다카시마 탄광과 미쓰비시중공업의 나가사키 조선소, 미이케탄광, 야하타 제철소, 하시마 탄광 등 7곳에서 조선인 5만7900명이 강제징용과 강제노동에 시달렸다 점이다.
외교부 당국자는 6일 "일본이 근대산업시설에서 강제노동이 자행됐다는 사실을 무시한 채 산업혁명 시설로만 미화해 세계유산으로 등재하려는 것은 세계유산 협약의 기본정신에 위배된다"며 "이 입장에 따라 우리의 정당한 우려가 반영될 수 있도록 최선의 노력을 다하겠다"고 밝혔다.
이와 관련해 외교부는 정식 등록을 막기 위해 일본에 양자 협의를 제안하고 일본의 회신을 기다리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최종 결정을 하는 WHC에 권고안이 올라갈 때 이 시설들에서 강제징용 사실이 있었음을 명기하도록 일본과 수정안 협의를 하겠다는 것이다. 외교부 당국자는 "WHC 위원국에 한국이 유연성 있는 자세로 먼저 일본에 협의를 제안했다는 사실을 알림으로써 위원국들의 마음을 얻으려는 노력"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나 ICOMOS의 등재 권고는 전문가 의견으로 WHC에서 이를 반려하는 경우는 극히 드물다. 실제 지난 10년간 ICOMOS의 등재 권고가 WHC에서 통과되지 않은 경우는 단 1건에 불과했다. 결국 '뒷북외교' 비난에 처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또 최근 관련 업무를 맡고 있던 이상진 전 유네스코 대사가 일신상의 이유로 사의를 표명해 이병현 신임 대사를 부랴부랴 임명한 상황이라 외교부로서는 '까마귀 날자 배 떨어진 격'이 됐다.
한편 이번에 문제가 된 시설들은 오는 6월28일부터 7월8일까지 독일 본에서 개최되는 WHC에서 ICOMOS의 권고를 참고해 최종 등재 여부가 결정된다. WHC는 우리나라와 일본을 포함해 21개 국가가 위원국으로 구성돼 있다.
김동선 기자 matthew@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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