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박혜숙 기자] 재정 문제는 현 시대를 꿰뚫는 최대 이슈다. 국가든, 지자체든 열악한 재정은 국민을 파탄에 빠뜨리고 급기야 지도자를 바꾸게 한다.
인천시도 예외가 아니다. 지난해 6·4 인천시장 선거에서 가장 큰 쟁점이었다. 유정복 당시 새누리당 후보는 송영길 시장이 재임기간 부채를 6조원이상 키웠다며 13조원의 빚더미에 앉은 인천시 재정을 선거기간 내내 부각시켰다. 송 시장은 늘어난 빚은 3조원에 불과(?)하다며 반박에 나섰지만 전임 시장에 이어 계속되는 빚더미는 액수의 많고 적음을 떠나 유권자들의 표심을 움직일 수밖에 없었다.
돌이켜보면 전임 시장들이 재정파탄 이라는 덫에 걸려 줄줄이 낙마했고 유 시장도 재정문제를 해결하지 않는 한 전철을 밟지 않으리라는 법은 없다. 그래서인지 유 시장이 취임 후 가장 먼저 손을 댄 것은 부채해결과 투자유치에 역점을 둔 조직개편이었다.
그는 기존 정무부시장 대신 인천의 살림살이를 챙길 '경제부시장제'를 도입했고 인천시, 인천경제자유구역청, 인천도시공사가 각각 진행하는 투자유치 기능을 통합 관리할 수 있는 투자유치단을 신설해 경제부시장이 전담 관리토록 했다.
초대 경제부시장에는 배국환 전 기획재정부 2차관을 임명했다. 하지만 배 부시장은 경제전문가로서 결코 빠지지않는 이력에도 불구, 정작 인천에 연고(緣故)가 없다는 이유로 시민사회의 비판을 받아야했다. 전남 강진 출신의 배 부시장은 공직생활 대부분을 중앙부처에서 보냈고 자택은 경기도 분당이었다.
시민사회는 가뜩이나 정무 기능이 축소돼 의회와 언론, 시민과의 소통 부재가 염려되는 상황에서 기반이 없고 지역정서도 모르는 경제부시장에 달가워하지 않은 것이다.
인천의 시민시회가 얼마만큼 지역 연고를 중시하느냐는 것은 경제부시장 자격 요건을 명시한 조례를 봐도 알 수 있다. 조례는 경제부시장 자격을 ‘임용일 현재 인천에 거주하는 자’로 명시해 거주지 제한을 뒀다. 인천의 지방자치와 정체성을 살리자는 나름의 명분 때문이다.
1995년 ‘제1회 전국동시지방선거’에서 당선된 인천 정치권이 지방분권 실현, 지역인재 발굴·육성을 목적으로 인천시 정무부시장 자격기준 조례를 제정한 것이 시초다. 당시엔 부시장 자격이 ‘인천에서 3년 이상 거주한 자’였으나 인재풀의 외연을 확대한다는 이유로 폐지논란이 일면서 2004년께 지금의 '임용일 현재 인천거주' 조항으로 완화됐다. 배 부시장이 그랬던 것처럼 타 지역 출신이라도 임용 전에 거주지를 인천으로 옮기면 자격을 얻는 셈이다.
그런데 최근 인천시의회가 경제부시장의 지역 연고 요건을 아예 삭제하는 내용으로 조례를 개정해 또다시 논란에 불을 지폈다. 경제부시장 거주지 제한 자격이 인재 등용의 폭을 좁혀 재정문제와 같은 지역 현안을 해결하는 데 걸림돌로 작용한다는 것이 시의회의 주장이다. 그러나 시민단체를 중심으로 지역사회에선 이번 조례 개정이 지방자치 발전을 위한 최소한의 장치마저 무력화할 것이라며 앞으로의 상황을 더욱 우려하고 있다.
어느 쪽의 주장이 더 명분과 실리가 있는 지는 지금으로선 판단하기가 쉽지않다. 시의회의 주장대로 인재 등용의 폭을 외부로까지 확대한 만큼 인재가 두루 발굴되고, 실제 지역 현안을 해결하는 성적표를 만들어 낼지는 앞으로 지켜볼 일이다.
하지만 지역 연고가 없어지면서 자칫 중앙 정부와 정치권의 '낙하산 인사'의 빌미를 제공한다는 우려가 크다. 그런 폐해가 나타난다면 그 책임은 온전히 시의회가 져야 함은 물론이다.
박혜숙 기자 hsp0664@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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