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우진 작가의 1925년 작품, 당대 여성들의 곤궁한 현실 비판적으로 다뤄
[아시아경제 조민서 기자]국내 최초의 자연주의 장막극 '이영녀'가 100여년 만에 초연된다. 지난해부터 '근현대희곡의 재발견' 기획을 선보이고 있는 국립극단이 이번에는 희곡이 쓰인 이후로 한 번도 정식으로 공연된 적 없는 김우진 작가의 '이영녀'를 무대에 올린다.
1925년 발표된 '이영녀'는 김우진 작가(1897~1926)가 자신이 살던 목포 유달산 밑의 사창가를 무대로 빈민들의 처참한 생활상을 그린 작품이다. 당대 문학의 가장 큰 화두였던 빈궁과 여성의 주체적 삶을 함께 다루고 있다. 자연주의, 사실주의 양식을 완벽히 수용하면서 시대적 사회문제를 정면으로 접근하고 있다.
주인공 '이영녀'는 세 아이를 둔 평범한 여성이지만, 남편이 가출하자 생계유지를 위해 창녀로 나선다. 그러다 밀매춘으로 감옥에 갇히고, 공장에서 일하다 '유씨'라는 남자와 동거를 택하지만 그녀의 삶은 마지막까지 처절하게 찢긴다.
작품은 주인공의 삶을 통해 당대 여성들이 처한 현실을 고발하면서도 여성의 사회적, 경제적 자각이라는 주제를 사실주의적 방법으로 다룬 최초의 장막극이라는 점에서 높은 평가를 받고 있다. 당시로서는 파격적인 매춘을 소재로 여성들이 처해있는 현실의 곤궁함과 그 대안에 대한 고민도 함께 드러내고 있다.
연출을 맡은 박정희 연출가는 '이영녀'에 대해 "자본주의 사회에서 생존을 위해 애쓰는 사람들에 대한 이야기"라고 설명한다. 이번 공연은 내레이터가 등장해 등장인물을 설명하는 극중극 형식으로 초현실적인 무대와 맛깔 나는 목포사투리가 보는 재미를 더한다. 남미정, 김정호, 문경희, 김정은 등이 출연하며, 공연은 5월12일부터 31일까지다.
조민서 기자 summer@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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