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김민진 기자] 원하는 것을 손에 넣지 못했는데도 주목받는다. 김상열 호반건설 회장(55ㆍ사진) 얘기다. 금호아시아나그룹 인수합병(M&A)에 김 회장은 왜 뛰어들었을까.
호반건설이 예상을 크게 밑도는 가격을 써내 유찰의 빌미를 제공한 것은 여전히 미스터리다.
금호산업 매각을 위한 28일 본입찰에서 호반건설은 6007억원을 써냈다. 하지만 채권단 운영위원회는 단독으로 참여한 호반건설을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하지 않기로 했다.
최종 유찰 여부는 다음 주 열리는 채권단 전체 회의에서 결정될 것으로 보인다. 일단은 우선매수권을 행사할 수 있는 박삼구 금호아시아나그룹 회장이 유리한 고지를 점했다.
결과만 놓고 보면 호반건설의 M&A 시도는 불발에 그칠 가능성이 높아졌지만, 시장에서는 김 회장의 '베팅'을 놓고 다양한 해석을 내놓고 있다.
실사과정에서 승자의 저주 가능성이 발견하자 발을 뺐다거나, 처음부터 인수의지보다는 기업 홍보가 목적이었을 것이라는 해석까지 다양하다. 호남기업간 다툼으로 비춰져 지역여론이 불리하게 작용하는 점을 의식했다거나 경영적 판단착오가 아니었겠냐는 얘기도 있다.
하지만 사안의 규모나 중요성으로 볼때 애시당초 기업홍보가 목적이었다거나 지역여론의 향배를 의식했다고 보기에는 무리다. 기업홍보는 부수적인 효과로 분류할 수 있고, 부담스러운 지역여론은 지엽적인 이유에 불과하다는 것이다.
보수적이면서도 때로는 과감한 김 회장의 경영스타일이나 M&A 전문가인 전중규 전 외환은행 부행장을 사장으로 영입하는 등 전문가 진용까지 갖춰가며 준비했다는 점에서 경영적 판단착오로 보는 것에도 무리가 따른다.
주택사업으로 성장해 온 호반건설은 진행중인 사업에서 분양률 90% 이상을 달성하지 않으면 다음 분양에 나서지 않고 무차입경영을 할 만큼 보수적인면과 건설사 중 가장 많은 택지를 보유하고 있을 정도로 공격적인 면을 동시에 갖추고 있다.
국제통화기금(IMF) 외환위기와 글로벌 금융위기 등을 성장 발판으로 마련했다는 점에서는 위기관리와 기회포착 능력면에서 후한 점수를 받고 있다. 이 같은 바탕이 넉넉한 현금으로 곳간을 채울 수 있었던 원동력이 됐다.
M&A업계의 한 관계자는 "단독 입찰을 예상할 수 있는 상황에서 높은 금액을 써낼 이유는 없었을 것"이라며 "채권단이 재입찰을 결정할 경우 다시 기회가 올 것이고, 설령 기회가 없더라도 승자의 저주를 피하면서 시세차익과 위상강화, 막대한 홍보효과 등 부수적인 이득은 모두 챙겼다"고 분석했다.
김민진 기자 enter@asiae.co.kr
<ⓒ투자가를 위한 경제콘텐츠 플랫폼,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