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격 표시 10개 중 4개 불과…2년 전보다 크게 후퇴
[아시아경제 최서연 기자] 권장소비자 가격 표시제가 유명무실한 것으로 나타났다. 의무사항이 아니라는 이유로 식품업체들이 회피하고 있기 때문이다.
29일 소비자문제연구소 컨슈머리서치가 대형마트 등 시중에서 판매중인 과자, 라면, 아이스크림 등 10개사 186개 제품의 권소가 표시 여부를 조사한 결과, 81개 제품(43.5%)에만 가격이 표시돼 있었다.
이 같은 결과는 컨슈머리서치의 2년 전 조사(동일 품목)와 비교했을 때, 표시율(60.2%)이 무려 16.7%포인트나 후퇴한 수치다. 2년 전 조사에서는 10개중 6개가 가격을 표시하고 있었으나 이번 조사에서는 4개 제품에만 가격이 기재돼 있었다.
품목별로는 과자류의 가격 표시율이 77.0%에서 53.3%로 무려 23.5%포인트나 하락해 가격 표시 기피증이 심화되고 있었고, 라면은 51.5%에서 45.5%로 6%포인트 떨어졌다.
과자류는 롯데제과의 ‘립파이’, ‘도리토스’, 오리온의 ‘고소미’, ‘촉촉한초코칩’, ‘카메오’, 크라운제과의 ‘버터와플’, ‘크라운산도’, ‘쿠쿠다스’ 해태제과의 ‘구운감자’, ‘홈런볼’, ‘오사쯔’ 등 31개 제품이 가격 표시를 지웠다.
라면(봉지라면 기준)도 농심의 ‘육개장’, 삼양식품의 ‘맛있는라면’, 팔도의 ‘틈새라면’ 등 3개 제품이 가격 표시를 없앴다. 아이스크림 및 빙과류는 여전히 ‘제로’ 수준으로, 2년 전과 마찬가지로 31개 제품 중 가격표시 제품은 해태제과의 탱크보이 달랑 1개에 불과했다. 이 같은 가격표시 기피가 아이스크림의 반값 논란을 부르는 주범이 되고 있는 것이다.
업체별로는 과자류의 경우 농심만이 과자와 라면 등 18개 제품에 모두 가격을 표시해 가장 양호했다. 반면 롯데제과, 오리온, 해태제과, 크라운제과, 빙그레, 삼양식품 등 6개 업체의 가격 표시율은 오히려 후퇴하는 양상을 보였다.
특히 크라운제과의 표시율이 가장 크게 떨어졌다. 2년 전 24개 제품 중 23개 제품 가격이 표시돼 있었으나 이번에는 달랑 9개(37.5%)뿐이었다. 오리온은 16개 제품에서 11개(40.7%)로 줄었고 해태제과 역시 20개에서 12개(50.0%)로 8개 줄었다. 빙그레(5개)와 삼양식품(2개)은 2년 전과 마찬가지로 여전히 가격 표시를 하지 않고 있었다.
라면도 비슷한 양상을 보이고 있었다. 오뚜기는 8개 품목 전체에 가격표시가 없었고 농심도 13개 제품 중 2년 전 11개(84.6%)에서 10개(76.9%)로 가격 표시 개수가 줄었다.
한편, 오픈 프라이스 폐지 당시 최대한 빠른 시일 내 권소가를 다시 표기하겠다고 밝힌 식품업체들은 4년여가 흐른 지금까지 여전히 “권장 사항일 뿐이므로 문제될 것이 없다”는 입장이다.
최종 판매업자가 실제 판매가격을 결정하고 표시토록 해 자율 경쟁을 유도한다는 취지의 오픈 프라이스는 지난 2010년 7월 시행됐지만 가격이 과도하게 올라가고 할인율 뻥튀기가 성행하는 부작용으로 1년 후인 2011년 7월말 폐지됐다. 그러나 식품업체들의 참여가 저조해 오픈 프라이스 폐지의 성과가 제대로 나타나지 않은 채 가격혼란이 계속되고 있다.
최현숙 컨슈머리서치 대표는 “최근 식품업체들이 너도나도 가격을 인상하고 있는데 그 배경에 업체들의 가격 숨기기가 한몫을 하고 있는 것으로 분석 된다”며 “오픈 프라이스의 폐해가 심각해 정부가 제도를 폐지한 만큼 권소가 표시를 좀 더 적극적으로 강제할 수 있는 규정 마련이 시급하다”고 말했다.
최서연 기자 christine89@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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