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맥빠진 수직증축 리모델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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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장활성화 한다며 내놓은 정책, 1년도 안돼 엉거주춤
진단기간 증가·소음 발생하는 지질조사 골칫거리
재건축 연한 단축 대책도 사업에 찬물


[아시아경제 최대열 기자]# 경기도 성남의 한솔주공5단지는 현재 수직증축 리모델링을 위한 안전진단이 한창이다. 이곳은 지난해 정부가 수직증축 리모델링을 허용한 후 첫 시범단지로 꼽혀 사업이 진행돼 왔다.

이번 주부터 지질조사를 위한 터파기 작업이 예정돼 있다. 하지만 인근 주민들의 민원이 빗발칠 것으로 예상돼 공사가 순조롭게 진행될 지는 미지수다. 권순형 성남시 리모델링지원팀장은 "공사과정에서 100㏈이 넘는 소음이 발생할 텐데 민원이 들어오면 중단할 수밖에 없다"며 "일단 매뉴얼대로 진행하고 있긴 하지만 곤란한 상황"이라고 말했다.


정부가 시장활성화 차원에서 내놨던 수직증축 리모델링 허용방안이 1년도 안 돼 실효성이 의심받고 있다. 일선 현장에서는 리모델링 추진과정에서 비현실적인 잣대를 적용해 추진력을 떨어뜨리고 있다고 입을 모은다. 반년이 채 지나지 않은 시점에서 정부가 재건축 연한을 줄이는 방안을 밝히는 바람에 시장에 혼선을 준 점도 영향을 끼쳤다는 지적이다.

16일 성남시에 따르면 분당신도시의 매화1단지가 안전진단을 받겠다고 신청한 상태다. 한솔5단지는 수직증축을 위한 안전진단을 받고 있다. 느티마을 3ㆍ4단지와 무지개주공4단지에도 최근 조합이 만들어졌다. 서울에서도 일부 단지가 수직증축을 추진키로 하고 시공사를 미리 정했다.


하지만 리모델링을 포함한 증축 공사에 앞서 거쳐야하는 안전진단 과정에서부터 난관이 많다. 조합설립 후 안전진단을 받아야하는데 한국시설안전공단이 만든 진단매뉴얼이 워낙 까다롭기 때문이다.


조합원이라고해도 쉽게 안전진단 절차를 협조하기는 쉽지 않다. 이동훈 한국리모델링협회 정책법규위원장은 "사람이 살고 있는 집에 들어가 작업을 하는데 먼지가 많이 나고 가구도 옮겨야하는 등 번거롭다"며 "처음 진행하는 과정이라 충분한 데이터를 뽑겠다는 취지는 이해하지만 주민이 감내하기는 어려운 상황"이라고 전했다.


수직증축이 허용되지 않았던 기존 리모델링에서는 안전진단에 통상 한달 정도 걸렸지만 수직증축 허용이 결정되면서 안전진단은 까다로워졌다. 그걸 감안해 업계에서는 2~3달 정도 걸릴 것으로 내다봤다.


하지만 현재 마련된 매뉴얼대로라면 5개월 정도로 기간이 는다. 지난달 안전진단에 착수한 한솔5단지의 경우 생각지 못했던 문제들이 튀어나오면서 5개월을 훌쩍 넘길 것으로 관계자들은 보고 있다.


극심한 소음이 발생하는 지질조사도 골칫거리다. 권 팀장은 "최초 준공 당시 34곳을 시추했는데 새 매뉴얼에서는 48곳이나 하게 돼 있다"며 "실제 거주중인 점을 가정하고 매뉴얼을 만들었는지 의문이 들 정도"라고 말했다.


리모델링 기간이 당초 계획보다 길어질 것으로 예상되면서 주민들 사이에서도 불필요한 오해가 생겨나고 있다. 이동훈 위원장은 "안전진단이 길어지니까 조합에서는 '건물에 문제가 있어서 검토가 길어지는 게 아니냐'는 얘기도 나온다"고 전했다.


수직증축이 허용돼 리모델링이 활발해 질 조짐을 보이는 상황에서 정부가 재건축 활성화 카드를 꺼내든 것도 사업을 어렵게 만드는 요인으로 지적됐다. 성남시의 경우 지난해 7월까지만 해도 리모델링을 선호하는 비중이 78% 수준이었는데 12월 들어 35%로 급감했다. 재건축 연한을 단축시킨 9ㆍ1 대책이 발표되면서 상황이 바뀐 것이다.


권 팀장은 "1기 신도시의 경우 90년대 초반 준공돼 이제 5, 6년만 더 있으면 재건축 연한이 도래하는 만큼 집주인이나 조합은 어느 게 유리한지 따져볼 수밖에 없고, 이런 상황을 정부가 조장한 셈"이라고 말했다.


업계에서는 지금과 같은 주택시장 회복세가 이어지면 리모델링보다는 재건축으로 기우는 사람이 많을 것으로 보고 있다. 일반 분양분을 늘려 분담금을 낮추고 조금이라도 가격을 끌어올릴 수 있는 새집을 선호하는 경향이 더 강해지기 때문이다.


신동우 아주대 건축학과 교수는 "리모델링이냐, 재건축이냐를 두고 고민하고 있는 단지 대부분은 추가로 용적률을 늘리거나 추가 부담금 문제가 얽혀 현실적으로 재건축을 추진하기 어려운 곳이 많다"며 "안전을 배제해달라는 게 아니라 비현실적인 기준을 줄여 리모델링 시장이 돌아갈 수 있는 여건을 만들어줘야 한다"고 말했다.








최대열 기자 dychoi@asiae.co.kr
<ⓒ투자가를 위한 경제콘텐츠 플랫폼,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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