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페인도 마이너스 금리 동참…"자금조달하려면 유럽으로"
[아시아경제 조목인 기자]유럽중앙은행(ECB)이 사상 첫 양적완화를 실시한 지 한 달이 지나며 유럽 채권시장이 큰 변화를 겪고 있다.
7일(현지시간) 월스트리트저널(WSJ) 등 외신들에 따르면 스페인 정부는 이날 6개월 만기 국채 7억2500만유로(약 8593억원)어치를 -0.002%의 금리로 발행했다. 스페인이 단기물 국채를 마이너스 금리로 발행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지난 2012년 남유럽 재정위기 당시 7%에 근접했던 10년물 스페인 국채 금리는 현재 1.17%까지 낮아졌다.
스페인 경제는 지난해 마이너스 성장에서 벗어나긴 했지만 물가상승률이 0%에 그치는 등 뚜렷한 회복세는 보이지 못하고 있다. 하지만 양적완화를 통해 ECB가 월 600억유로에 달하는 자금을 뿌려대는 탓에 국채 금리는 바닥을 향하고 있다. 이에 앞서 독일·네덜란드·포르투갈·벨기에 등의 국채 수익률도 마이너스로 떨어졌다.
이같은 분위기는 국채 시장만 해당되는 것이 아니다. 스위스은행 UBS에 따르면 유로화로 발행된 투자등급 회사채 중 66%는 금리가 0%대다. 투자 부적격 등급의 경우도 절반이 1%대의 금리를 기록중이다. 영국 파이낸셜타임스(FT)는 이같은 금리 수준이 유럽 국채 사재기 열풍이 얼마나 강한지를 보여준다고 지적했다.
유럽 채권에 대한 해외 수요도 튼튼하다. 미국 뱅크오브아메리카(BoA)는 지난달 유럽에서 발행된 투자등급 채권 중 65%를 해외 투자자들이 사들였다고 밝혔다. 이 중 상당수는 미국인이다.
유럽 기업들은 기회를 놓치지 않고 채권 발행을 늘리고 있다. 올 1·4분기 유로존의 투자등급 회사채 발행 규모는 970억유로로 전년동기대비 41% 급등했다. 같은 기간 고수익 채권은 300억유로 어치가 발행돼 73% 폭증했다.
자금조달을 위해 유럽으로 건너오는 해외 기업들도 늘고 있다. 국제신용평가사 피치는 올해 비유럽 기업들이 발행하는 유로 채권 규모가 지난해의 2배에 달할 것으로 예상했다. 특히 자국 금리인상이 예정된 미국 기업들의 유럽 러시가 두드러진다.
UBS의 티보 콜레 투자전략가는 "현재 유럽 채권 시장의 금리 급락세는 매우 우려스러운 수준"이라면서 "투자자들이 어떤 위험을 감수해야하는지 판단하기가 어려운 상황"이라고 말했다.
조목인 기자 cmi0724@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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