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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스크 칼럼]가상의 중앙은행 총재 심리검사

시계아이콘01분 51초 소요

로르샤흐 검사(Rorschach Inkblot Test). 그림도 아닌 것이, 특별한 형태가 있는 것 같지도 않은 모양에 대한 반응을 통해 심리 상태를 검사하는 방법이다. 스위스의 정신과 의사 헤르만 로르샤흐가 1921년에 개발한 이 테스트는 좌우 대칭의 잉크 얼룩이 있는 열 장의 카드 그림을 보여주면서 무엇처럼 보이는지, 무슨 생각이 나는지 등을 자유롭게 말하도록 해 성격을 테스트한다.


일반인에게는 초등학교 시절 한 번쯤 해봤을 듯한 '데칼코마니' 방식으로 만든 무늬로 심리를 검사한다는 게 이해 안 될 수 있지만 지금도 많은 정신과의사와 심리학자, 미술치료사들이 사용하는 것을 보면 분명 효과가 있을 것이다.

[데스크 칼럼]가상의 중앙은행 총재 심리검사 로르샤흐 테스트 2번 카드. 사진=위키피디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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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엇박자를 내고 있는 각국 중앙은행 총재들이 이 테스트를 해보면 어떤 결과가 나올까 하는 엉뚱한 생각을 해 본다. 경기 회복세가 뚜렷한 미국과, 아직 부진에서 벗어나기 위해 노력 중인 유럽ㆍ일본, 그리고 유럽 내에서도 영국, 기타 여러 신흥국까지 제각각으로 나뉜 각국 중앙은행의 당국자들의 현 심리상황을 파악하려면 간단하면서도 비교적 정확한 로르샤흐 검사가 제격일 듯하다.


아마도 미국의 재닛 옐런 미국 연방 준비제도(Fed) 의장의 결과는 안정적일 듯하다. 방향이 뚜렷하다 보니 그럴 것이다. 줄기차게 시장에 '립서비스'를 보내다 양적완화를 선택한 마리오 드라기 유럽중앙은행(ECB) 총재 역시 비슷할 것이다. 반면 최근 금리를 내릴 수도, 올릴 수도 있다는 예측하기 힘든 발언을 내놓고 있는 마크 카니 영국 중앙은행 총재의 심리 상태는 다소 불안하다고 나오지 않을까.

그렇다면 이제 취임 1년을 맞은 이주열 한국은행 총재가 이 검사를 받는다면 어떤 결과가 나올까. 세계 중앙은행들의 금리 전쟁을 지켜보다 이달 들어 뒤늦게 금리 인하 행렬에 동참한 한은의 총재는 비교적 안정된 심리 상태를 보이지 않았을까 하는 예상을 해본다. 한은은 주요 중앙은행들이 급격한 정책 변화에 나서는 사이 눈치를 보다 금리 인하 시기를 놓치고 뒤처졌다는 비판을 들어왔다.


이 총재 본인도 한은 총재로 지난 1년간을 회상하며 "깜빡이를 늦게 켠 것일 뿐 좌측 깜빡이를 켜고 우회전한 것은 아니다"고 말했다. 기준금리 인하가 시기가 다소 늦었을 뿐 방향이 잘못된 것은 아니고 속 시원한 결정을 내렸다는 의미로 들린다. 아마도 2008년 리먼 브러더스 사태 발발 직전 시장 상황을 예측 못 하고 오히려 금리를 인상했던 과거 한은의 실수는 되풀이 하지 않아 안심했다는 해명일 게다. 이제 이 총재는 홀가분한 마음으로 로르샤흐 검사를 받을 수 있는 상황이 된 것이다.


그렇다고 현재 상태에서 만족해야 할까. 경기가 나아진 것 같다는 말을 들어 본 지 오래다. 백화점, 대형마트, 재래시장 어디를 가도 소비가 준 게 피부로 느껴질 정도다. 기업들은 투자를 아낀다. 물가는 디플레가 우려될 정도지만 살림살이는 계속 팍팍하다. 이렇다 보니 시장은 추가 금리 인하를 요구하고 있다.


현재의 세계 각국 중앙은행 정책판단은 일정한 규칙을 정하기 어려울 정도로 혼란스럽다. 2008년 금융위기 때만 해도 미 Fed가 주도한 초저금리와 양적완화를 위한 돈풀기가 글로벌 중앙은행의 공통분모였다. 하지만 이제 그 발제자인 미국은 오히려 발을 빼는 모습이다. 양적완화를 중단한 후 금리인상에 인내심을 보이겠다고 하더니 어느 순간 이 표현은 용도폐기됐다. 내심 금리를 올리고 싶지만 그 시점에 대해서는 매번 뉘앙스가 바뀌는 듯하다. 이미 시장은 당초 예상했던 Fed의 6월 금리 인상은 늦어졌다고 보고 있다. ECB와 일본중앙은행(BOJ)는 자국 문제를 해소하기 위해 세계의 중앙은행이라는 Fed와 다른 방향으로 가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시장은 이 총재가 소신 있게 결정을 내리길 기대하고 있다. 이 총재 본인이 잘 알 것이다. 스스로 불안할 결정만 하지 않으면 된다. 그래야 한국 경제가 세계 경제 흐름에서 뒤처지지 않는다.




백종민 국제부장 cinqange@asiae.co.kr
<ⓒ투자가를 위한 경제콘텐츠 플랫폼,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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