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득주도형 성장 新3종세트 왜?
[아시아경제 오종탁 기자] 정부가 표방하고 있는 소득주도 성장 정책의 포커스는 '소비 확대'에 맞춰져 있다. 소득을 늘려 민간경기를 부양시키고 이것이 다시 기업의 투자 확대와 일자리 증대로 이어져 다시 소비가 늘어나는 '선순환 구조'를 안착시키자는 것이다. 아직까지 정책 효과가 뚜렷한 가시권에 들어와 있지 않지만 총론으로 볼 때 방향성은 맞으며 좀 더 지켜봐야 한다는 게 전문가들의 중론이다. 미완의 정책을 꾸준히 정비해가며 계속 고삐를 죄야 한다는 분석이다.
최경환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추진하는 관련 정책은 아직 체감수준에 도달하지 못하고 있다. 기업소득환류세제와 근로소득증대세제, 배당소득증대세제 등 가계소득 증대 세제 3종 세트가 그 취지대로 기업들의 임금ㆍ배당ㆍ투자를 늘릴 수 있는 지에 대한 의구심이 끊임없이 제기된다.
특히 기업소득환류세제는 투자의 범위를 투자 순증가분이 아니라 단순히 투자 총액을 기준으로 삼았다. 현대차그룹처럼 사옥 건설을 위해 부동산을 매입하는 경우도 일부 투자로 인정하는 등 과세 기준이 지나치게 관대해 추가 세 부담을 안게 되는 주요 기업이 소수에 그칠 것이란 예상이 나온다. KB투자증권 분석에 따르면 자산 5000억원 이상인 415개 기업 중 기업소득환류세제 도입으로 50억원 이상의 세금을 물 만한 곳은 현대모비스와 현대건설 단 두 곳에 불과했다.
최근 최 부총리가 공을 들이고 있는 기업임금 인상도 재계의 외면을 받고 있다. 재계 입장을 대변하는 한국경영자총협회(경총)는 지난 26일 경총포럼에서 기존 대기업 정규직 근로자의 임금을 5년간 동결함으로써 청년실업을 해소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앞서 정부가 공무원과 공공기관 직원의 올해 임금 인상률을 3.8%로 제시하며 기업을 압박했을 때도 경총은 회원사에 1.6% 인상안을 권고하며 찬물을 끼얹은 바 있다.
오정근 건국대 금융IT학과 특임교수는 "기업 입장에서는 이미 통상임금, 정년 연장, 근로시간 단축 등의 문제로 민감해져 있는데 정부가 또 임금인상론을 부각시키니 부담을 느낄 수 있을 것"이라며 "기준금리를 좀 더 낮추거나 투자 규제를 풀어주는 등 당근도 제시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하준경 한양대 경제학부 교수는 "임금 인상이 수요 증가 측면에서 경제 활성화를 위해 바람직한 방향이나, 저축률 증가 등 부작용이 생길 여지가 있다"며 "젊은층이나 저소득층 소득을 늘려 실질적으로 소비가 늘어날 수 있도록 정책을 다듬는 것이 중요하다"고 설명했다. 이를 위해 저소득 일자리의 대부분을 차지하는 중소기업들이 수익성을 높이도록 정책 방향을 맞춰야 한다고 하 교수는 주장했다.
최저임금 인상도 여전히 재계 반발에 묶여있다. 최 부총리가 내수 진작을 위해 7% 이상 최저임금 인상이 필요하다고 목소리를 높이자 재계는 이에 반발해 집단성명을 추진하기도 했다. 사정이 어려운 중소기업과 영세자영업자 등의 부담이 가중된다는 것이 인상 반대 이유다. 박종규 선임연구원은 "인상 과정이 물론 힘들겠지만 일자리의 질을 더 이상 떨어뜨리지 않으려면 중소기업이나 영세자영업자들의 양보를 이끌어내야 한다"고 강조했다.
한편 배당 확대 부분에 대해서는 달라진 경제 환경을 맞아 기대감이 피어오르고 있다. 고승희 KDB대우증권 연구원은 "저금리ㆍ저성장 상황에서 가계 자금의 일부분이 정기예금에서 중위험ㆍ중수익인 배당 상품으로 이동하고 있다"며 "이와 함께 기업의 자기자본이익률(ROE)이 하락하면서 순이익에 대한 배당 확대가 사내 유보보다 주주들의 이익에 부합하기 때문에, 주주들의 배당 확대 압력이 더욱 높아질 전망"이라고 말했다. 고 연구원은 이어 "정부 정책이 추진 중인 가운데 국민연금 등 국내 주요 연기금도 의결권 행사를 보다 강화, 기업들의 배당 확대를 더욱 거세게 유도할 것으로 예상한다"고 덧붙였다.
세종=오종탁 기자 tak@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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