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외에서도 최저임금 효과 논란 증폭…"최저생활보호 차원에서 봐야"
[아시아경제 조영주 기자] 내년도 최저임금을 결정하기 위한 절차가 이달말부터 본격 진행된다. 최저임금을 최종 심의하는 최저임금위원회는 오는 31일까지 고용노동부장관으로부터 심의요청안을 접수해 다음달부터 90일간 심의절차를 진행한다. 심의결과(최저임금안)는 전원회의에서 의결절차를 거친 뒤 심의 마지막날인 6월29일까지 고용노동부 장관에게 보고하게 된다.
지난해 이렇게 결정한 올해 최저임금은 시간당 5580원이다. 내년도 최저임금을 두고 정부가 '가능한 높은 인상이 필요하다'는 의견을 냄에 따라 시간당 6000원을 돌파할 수 있을 지 관심을 끈다. 특히 극심한 내수침체를 가계소득 증대를 통해 해결하려는 정부가 기업의 임금인상을 독려하고 있어 최저임금 인상 효과에 대한 논란도 커지고 있다.
◆최저임금 어떻게 결정되나= 최저임금제는 국가가 근로자들의 생활안정을 위해 임금의 최저수준을 정하고 사용자에게 그 수준 이상의 임금을 지급하도록 법으로 강제하는 제도다. 1인 이상 근로자를 사용하는 모든 사업 또는 사업장에 적용된다. 큰 공장이나 작업장은 물론 식당, 편의점, PC방, 주유소 등에도 모두 적용된다.
최저임금을 결정하는 최저임금위원회는 근로자위원 9명, 사용자위원 9명, 공익위원 9명 등 총 27명으로 구성된다. 우선 노사가 각각 최저임금안을 제시한다. 통상 근로자측은 20~30% 수준의 인상안을 제시했고, 사측은 2~3% 인상 또는 동결하는 안을 내놓았다. 양측의 이견이 좁혀지지 않으면 공익위원들이 안을 제시하고, 이 안이 최종 최저임금안으로 통과돼왔다.
지난해의 경우 노측은 28.6% 인상(시급 6700원), 사측은 동결(시급 5210원)을 각각 제시했다. 거듭된 전원회의에서 양측은 조금씩 양보하는 수정안을 내놓았지만 합의에는 이르지 못했다. 6월27일 7차 회의에서 노측은 시급 5990원(15% 인상), 사측은 시급 5320원(2.1% 인상) 안을 제시했지만 양측의 이견은 여전히 컸다.
노사는 공익위원들에게 '심의촉진 구간안' 제시를 요청했고, 공익위원은 5.4~7.4% 인상 수준에서 합의를 보라고 했지만 노사의 이견은 좁혀지지 않았다. 노사는 결국 공익위원들이 단일안을 제시해달라고 요청했고, 공익위원은 시급 5580원(7.1% 인상)안을 내놓았다. 공익위원안은 전원회의에서 사측 위원 9명이 전원 퇴장한 상태로 통과됐다. 이 같은 과정은 매년 비슷했다.
이처럼 최저임금 결정에 결정적인 영향을 미치는 공익위원은 정부가 위촉한다. 올해 4월23일로 임기가 끝나는 공익위원은 9명 중 8명에 달한다. 정부가 원하는 방향대로 공익위원을 정할 수 있다는 뜻이다. 정부 관계자는 "노사 어느 곳에 편중되지 않은 중립적 인사를 위촉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하지만 정부가 최저임금의 대폭 인상을 원한다면, 또는 반대 입장이라면 이런 정책에 찬성하는 인사를 둘 수 있다. 때문에 노사 양측은 공익위원 구성에 촉각을 곤두세운 상태다.
◆최저임금 인상하면 일자리는?= 최저임금 인상이 가져올 경제적 효과에 대한 논쟁은 우리나라뿐 아니라 세계 곳곳에서 벌어지고 있다. 국내에선 최경환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지난 4일 "올해도 최저임금을 빠른 속도로 올릴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고 말하면서 논란이 증폭됐다. 정부 내에서는 시간당 6000원대로 올려야 한다는 분위기가 팽배하다.
정부가 나서서 최저임금을 가능한 높이 올리자고 하는 데에는 '가계소득을 높여야 한다'는 논리가 깔려 있다. 디플레이션이 우려될 만큼 위축된 내수를 살리기 위해서는 가계가 쓸 수 있는 돈(가처분수익)을 늘려야 한다는 것이다. 소비가 활성화 되면 기업의 생산활동과 투자도 살아나 다시 일자리 창출과 임금인상으로 이어지는 선순환 구조가 된다. 정부가 기업들을 상대로 '임금인상'을 지속적으로 주문하는 것도 같은 이유다.
이에 반대하는 측에서는 최저임금이 '고용절벽'만 불러일으켜 실질적인 가계소득 증대 효과를 가져오지 못한다고 반박하고 있다. 최저임금을 받는 근로자는 대부분 식당, 편의점 등 영세사업장에서 아르바이트로 일하는 경우여서 사용자가 결국 종업원을 줄이는 방식으로 대응할 것이란 얘기다.
2007년부터 아파트 경비원에게는 최저임금을 적용하지 않고 유예기간을 뒀지만, 4년 뒤인 2011년 유예기간이 끝나면서 아파트 경비원 대량 해고사태가 벌어졌다. 2007년 경비원의 시급은 최저임금의 70% 수준이었다. 2012년에 90%로 올랐고, 올해 100%가 됐다. 이 사이 경비원 수는 4만1000명 줄었다. 그렇다고 월급이 많이 늘어난 것도 아니다. 최저임금 인상분 만큼 휴식시간을 늘려 월급인상을 최소화 시켰기 때문이다.
통계청에 따르면 지난해 최저임금에도 미치지 못하는 임금을 받는 근로자는 209만명에 달한다. 전체 임금근로자의 11.4% 수준이다. 이들에게 최저임금 인상은 그림의 떡이다. 국회 입법조사처는 "최저임금 미만 근로자가 200만명이 넘는데 이에 대한 근로감독 행정이 허술하고 위반에 대한 제재도 없다"며 각 사업장이 최저임금을 지키도록 하는 것이 우선이라고 지적했다.
◆미국에서도 찬반의견 엇갈려= 해외에서도 최저임금 인상을 두고 의견이 분분하다. 미국 로스앤젤레스에서 2019년까지 최저임금을 시간당 15달러25센터로 올리는 것을 두고 갑론을박하고 있다. UC버클리 등에서 내놓은 보고서는 60만여명의 직원들의 임금이 인상됨에 따라 소비증대 등에 힘입어 LA시의 추가 세수는 470만달러에 이를 것으로 봤다. 다른 조사에서는 70만명 이상 노동자가 59억달러의 추가임금을 버는 것은 물론 4만6400개 일자리가 늘어날 것이라고 분석했다. 임금인상으로 LA시가 매년 3억달러의 보조금 지원을 줄일 수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반면 LA상공회의소 의뢰로 조사된 비컨 이코노믹스 보고서는 앞으로 5년 간 7만3000~14만개의 일자리가 감소할 것이라고 반박했다. 특히 요식업 등에 일하는 교육을 많이 받지 못한 젊은층에게 직격탄이 될 것이라고 주장했다. 음식점·술집 등에서는 전체 수입의 14%까지를 근로자 임금으로 부담하게 되면서 시정부 예산에도 나쁜 영향을 줄 것으로 내다봤다.
고용부 관계자는 "국내든 해외든 최저임금 인상이 어떤 경제적 효과를 가져올 것인지에 대한 분명한 이론은 없다"면서 "단기적인 경제 효과보다는 열악한 임금으로 고통받는 계층을 보호하는 차원에서 최저임금을 바라봐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세종=조영주 기자 yjcho@asiae.co.kr
<ⓒ투자가를 위한 경제콘텐츠 플랫폼,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