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김철현 기자] 20일은 음력으로 2월1일, 2월 초하루다. 금요일인 탓에 '불금'을 먼저 떠올리는 이들이 많겠지만 2월 초하루는 우리 세시풍속에서 의미 있는 날이다. 바로 '머슴날'. 머슴들의 명절이다. 머슴날이 있으면 주인날이나 마님날도 있는 것 아니냐는 얘기가 나올 법도 하지만 사실 이 날은 우리의 농경문화와 밀접한 관련이 있다.
음력으로 2월은 농사를 본격적으로 준비하는 시기이기 때문에 한 해 동안의 고된 농사일을 시작하기 전 머슴들을 위로하고 술과 음식을 푸짐하게 대접했다고 한다. 머슴날은 겨우내 쉬었던 머슴들에게 주인이 한턱내며 1년 농사를 부탁하는 날이었던 셈이다.
특히 음주에는 가무가 빠질 수 없는 민족이라 술과 음식을 대접 받은 머슴들은 풍물을 울리며 노래하며 춤추며 하루를 보냈다고 전해진다. 넉넉한 집에서는 머슴들에게 돈을 주고 장에 가서 쓸 수 있도록 했다. 이날 서는 장이 '머슴장'이다. 또 머슴날에는 성인식이 치러지기도 했는데 스무 살이 된 머슴들은 60㎏에 해당하는 100근의 돌을 들어 올리는 테스트를 통과해야 했다.
머슴날 하는 풍습 중에는 볏가릿대를 보고 한 해 농사의 길흉을 점치는 것이 있다. 정월대보름에 세워둔 볏가릿대에 매달아 놓은 오곡의 양이 처음보다 늘었거나 싹이 나 있으면 풍년이 들고 그렇지 않으면 흉년이 든다고 생각했다. 이에 국립민속박물관에서는 오는 22일 볏가릿대를 내리면서 곡식의 상태를 살펴 농사의 풍흉을 점치고 일 년 동안 쓸 새끼줄을 만드는 주대틀기를 진행한다.
머슴날의 또 다른 풍경은 이날 콩을 볶아 먹은 것이다. 여기에는 벌레나 쥐 등의 해를 막고 잡초의 번식을 방지해 한 해 농사가 잘 되도록 해달라는 기원이 담겨있다. 콩을 볶을 때 톡톡 튀는 소리가 곡식이 여무는 소리와 비슷하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라고 한다.
김철현 기자 kch@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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