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백우진 기자] 우리말은 영어보다 수치 변화를 나타내는 단어가 다양하다. 이를 가려서 쓰지 않는 사례가 늘고 있다. 예컨대 ‘증가’할 자리에 ‘상승’을 쓴다.
▷물가가 비정상적으로 오르기 전에는 소비가 상승할 것으로 본다.
소비는 상승하거나 하락한다고 하기보다 증가하거나 감소한다고 표현하는 편이 자연스럽다.
우리말에서 숫자와 관련한 단어를 쌍을 지어 열거하면 다음과 같다.
높다/낮다, 상승/하락, 인상/인하, 향상/저하, 증가/감소, 성장/위축, 확대/축소, 증액/삭감.
높다/낮다, 상승/하락, 인상/인하는 지수ㆍ가격ㆍ물가ㆍ금리ㆍ온도를 나타낼 때 쓴다. 높다/낮다는 상태를, 상승/하락(오르다/내리다)은 상태의 변화를 표현할 때 쓰고, 인상/인하는 인위적으로 수준을 높이거나 낮추는 걸 말할 때 쓴다.
향상/저하는 수량이 아닌 비율에 주로 활용된다. 효율ㆍ생산성ㆍ기억력 같은 개념과 어울린다.
증가/감소, 성장/위축, 확대/축소, 증액/삭감은 수량ㆍ면적ㆍ부피ㆍ금액 같은 개념에 활용된다.
이 점에서 영어는 우리말보다 덜 까다롭다. 영어에서는 상승/하락과 증가/감소를 섞어 쓴다. ‘증가’를 쓸 자리에 ‘상승’을 넣거나 ‘상승’이 적합한 자리에 ‘증가’를 넣기도 한다. ‘상승’에 해당하는 영어 단어는 ‘rise'다. ’증가‘에는 주로 'increase'를 쓴다. '증가’할 자리에 ‘상승’을 활용한 용례를 보자.
▷Exxon Mobil reported on Thursday a larger-than-expected 55 percent rise in third-quarter profit (하략).
매출과 이익에는 ‘상승’(rise)보다 ‘증가’(increase)가 어울린다.
다음 예문을 번역문과 비교해 읽어보자.
▷Chinese leaders have repeatedly made clear over the years that fighting inflation is a top priority, because it could fuel social unrest. And they have publicly set a target of not allowing the annual increase in consumer prices to reach 5 percent again.
중국 지도자들은 지난 수년 동안 사회적 불안을 일으키는 요소인 인플레이션과의 싸움이 최우선 과제임을 반복해 천명했다. 중국 지도자들은 연간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다시 5%에 이르지 못하도록 한다는 억제 목표를 공개적으로 설정했다.
▷Crude oil inventories rose last week by more than 5 million barrels as a result of weak demand, the largest increase since July.
지난주 원유 재고가 수요 부진으로 인해 500만 배럴 이상 증가했다. 이는 7월 이후 가장 큰 증가폭이다.
우리말의 영어 따라하기가 심한데, 이러다간 우리도 ‘물가가 많이 증가했다’는 말을 자주 듣게 될지도 모르겠다.
백우진 기자 cobalt100@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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