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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中 AIIB 충돌, 세계 금융권력이 뒤바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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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조영주 기자] 미국과 중국이 각국의 아시아인프라투자은행(AIIB) 참여를 두고 정면 충돌하고 있다. 중국 주도의 AIIB에 미국의 맹방 영국과 독일, 프랑스, 이탈리아, 호주가 참여의사를 밝혔다. 우리나라도 AIIB 가입 초읽기에 들어갔다. 중국이 미국과 일본 주도의 세계은행(WB)·아시아개발은행(ADB)에 대항하기 위해 설립한 AIIB는 미국 패권의 세계 금융권력 판세를 뒤바꿀 변곡점이 될 것으로 보인다.


지난해 10월24일 AIIB는 중국이 초기 자본금 500억달러의 대부분을 투자해 출범했다.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아시아를 순방하며 '일대일로(一帶一路:육상·해상 실크로드)' 구상과 함께 공식 제안한 지 꼭 1년만이다. 중국을 비롯 인도, 파키스탄, 몽골, 스리랑카, 우즈베키스탄, 카자흐스탄, 네팔, 방글라데시, 오만, 쿠웨이트와 인도네시아를 제외한 아세안(ASEAN) 10개국 등 21개국이 참여했다. 지금까지 참여의사를 밝히 나라를 합치면 30개국을 넘어선다.

중국은 다른 국가의 투자를 받아 자본금을 1000억달러로 늘릴 계획이다. 제2차 세계대전 종전 이후 미국과 일본이 공동 최다출자국(15.6%)이 돼 만든 ADB, 소련의 붕괴 직후인 1991년 동유럽 국가를 지원하기 위해 설립된 유럽부흥개발은행(EBRD) 이후 대형 국제개발은행이 설립된 것은 처음이다.


중국은 AIIB가 신 실크로드를 구축하는 데에 필요한 인프라에 투자하는 은행의 역할을 할 것이라는 명분을 내세웠다. 하지만 이를 계기로 세계 금융패권을 거머쥐겠다는 야심에 대해 의심하는 사람은 없다. 세계 2위의 경제력을 바탕으로 아시아지역의 도로, 항만, 철도 등 인프라 건설을 주도하는 것은 그만큼 중국의 입김이 커진다는 의미다. 특히 동남아·서남아의 가난한 나라들이 대부분 AIIB에 참여해 이들 지역은 중국 자본에 영향력에 놓일 수밖에 없다. 2020년까지 아시아지역에 필요한 인프라투자 규모가 2900억달러에 달할 것이라고 영국 이코노미스트는 전망했다.

더욱이 중국은 지난해 7월 브라질과 러시아, 인도, 남아프리카공화국과 함께 신개발은행을 설립해 내년부터 본격 가동에 들어갈 예정이다. AIIB가 제대로 움직이기 시작하면 신개발은행에 참여할 국가도 급속히 늘어날 수 있다. 국제통화기금(IMF)에 대한 정면 도전인 셈이다.


중국은 미국과의 AIIB 경쟁에서 결국 승기를 잡았다는 분위기다. 인민일보 자매지인 환구시보(環球時報)는 18일 사설에서 "중국의 굴기를 억제하기 위한 미국의 능력이 부족하다는 점을 증명한다"며 "중국은 AIIB 경쟁에서 미국을 이겼고 동시에 중요한 미래 권리를 획득했다"고 주장했다.


영국의 파이낸셜타임스(FT)는 17일자에서 유럽국가들의 AIIB 가입에 대해 "중국의 돈 자석이 미국 우방들을 끌어당기고 있다"면서 "AIIB 출범은 21세기 미중 권력 이동의 신호탄"이라고 밝혔다.


미국은 곤혹스러운 표정이다. 버락 오바마 대통령의 '아시아 중시 정책'을 통한 중국 견제가 실패했다는 평가도 나온다. 제이컵 루 미국 재무장관은 17일 "AIIB가 높은 수준의 글로벌 표준에 부합할 수 있을지는 잘 고려해야 한다"고 지적했지만, 무조건 가입을 반대하기만은 힘든 상황이 됐다.


미국내에서는 미국이 AIIB에 적극 참여해 유리한 방향으로 역할을 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중국의 책임을 강력하게 요구해 금융지배력을 확장하는 중국을 견제·압박해야 한다는 것이다. 비록 출범은 중국이 주도했지만 미국이 일본과 함께 AIIB 운영에 개입한다면 중국의 독주는 충분히 막을 수 있다는 분석도 있다.


유럽 국가들 사이에서는 미국의 잘못된 글로벌 통화정책이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를 낳았다는 인식이 팽배해 중국과 유럽의 공조가 더욱 강화될 가능성이 제기된다. 팡중잉(龐中英) 국제금융포럼 학술위원은 "유럽은 글로벌금융에서 주도적인 지위를 차지하고 있다"며 "앞으로 AIIB 관리는 유럽국가들이 주도할 가능성이 있다"고 전망했다.




세종=조영주 기자 yjcho@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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