식품의약품안전처가 농약잔류허용기준을 최대 99배 초과한 바나나 2400여t의 시중유통을 방치했다는 감사원의 감사결과가 나왔다. 미처 회수하지 못한 '농약 바나나'만 무려 1089t에 이르러 충격을 더한다. 감사원은 식약처 직원이 농약 검사를 제대로 지시ㆍ감독하지 않아 벌어진 결과라며 관련 공무원 3명의 징계를 식약처장에게 요구했다.
먹을거리와 국민건강을 지키는 첨병인 식약처가 이런 일을 저질렀다고 하니 어이가 없다. 농약 바나나 문제는 처음이 아니다. 2011년에도 유사한 사례가 있었다. 따라서 더 엄하게 책임을 묻고 사태재발 방지를 위해 관리감독 체계를 강화할 필요가 있다.
감사 결과 식약처 직원들의 불법과 직무태만은 다반사였다. 식약처는 지난해 8월 개정 고시한 '식품의 기준 및 규격'에서 바나나의 농약잔류허용기준을 강화했다. 이에 따라 검사를 마친 수입식품도 다시 정밀조사를 벌였어야 했다. 그런데도 식약처는 법을 어기고 같은 해 9월 각 지방청에 보낸 '수입식품 검사지시'에서 "기존에 검사 실적이 있는 품목은 전수 정밀검사 대상에서 제외하라"고 지시했다. 그 결과 지방청은 전수 정밀검사를 하지 않았고 당연히 감독도 이뤄지지 않았다. 그러다가 같은 해 10월 중순 경기도 검사에서 농약 바나나가 적발되자 그때서야 뒤늦게 조치를 취했다.
감사원 감사결과 드러난 식약처 직원들의 행태는 불법과 직무태만, 유기, 뒷북 행정의 3종 종합세트였다. 식약처가 2011년수입 바나나에서 농약이 과다 검출되자 검사를 강화한다고 요란을 떤 것은 빈말이 되었다. 다른 수입과일의 검사는 제대로 이뤄지고 있는지 의문이 드는 이유다.
바나나는 운동이나 다이어트를 할 때, 어린이 간식, 유아 이유식 등 다양한 계층이 찾는 대표적인 수입 과일이다. 모든 수입 바나나를 대상으로 잔류농약 검사를 더욱 철저하게 해 국민건강 전선에 이상이 없도록 하는 것은 식품안전의 책임을 진 식약처의 당연한 책무다. 그렇기에 "식약처는 국민의 건강을 해치고 정부의 수입식품 안전 관리를 믿지 못하게 만들었다"는 감사원의 지적으로 식약처의 잘못을 설명하기는 부족하다. 식약처는 관리감독 체계를 대수술해서 국민건강 지킴이로 거듭나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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