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생자살 종합대책도 '탁상공론'이라는 지적 들끓어
[아시아경제 유제훈 기자] 정부가 13일 사회관계장관회의를 통해 생애 전환단계 '3대 절벽'에 대한 지원대책과 함께 학생 자살방지 종합대책을 내놨다. 이어지는 청년 실업ㆍ학생 자살(自殺) 등으로 삶의 불안정성이 심화되는 상황에서 유의미한 대응이라는 평가도 나오지만, 일각에서는 원인 분석 단계에서부터 현실성이 배제된 대책이라는 지적도 제기된다.
정부는 이날 사회관계장관회의에서 생애 전환단계 3대 절벽으로 일ㆍ가정, 퇴직 후, 교육ㆍ군(軍)ㆍ취업을 꼽았다. 통계청에 따르면 지난해 4월 기준 15~54세 기혼여성 중 경력단절 여성은 총 213만9000명으로 전체의 22.4%를 차지했다는 점, 2013년 가처분소득 기준 노인빈곤율이 48%에 육박했다는 점을 감안하면 범정부적 대응이 시급한 상황이다.
◆진단부터 본질 벗어난 '청년실업' 대책=정부가 3대 절벽 중 하나로 꼽은 학교 졸업→군 복무→취업 단계에서 발생하는 '취업 절벽'역시 심각한 상태다. 실제 지난 1월 청년(15~29세)실업률은 9.2%(39만5000명)에 달했고, 불완전취업자, 취업준비자 등을 포함한 체감실업률은 21.8%(107만1000명)까지 치솟았다. 사실상 청년인구의 5분의 1이 실업자 상태를 면치 못하고 있는 것이다.
하지만 정부가 청년실업의 원인으로 지목한 현장 교육과 취업 현장의 괴리, 과도한 스펙 부담, 군 복무기간 중의 경력단절이 근본적인 문제가 아니라는 지적도 만만치 않다. 일각에서는 우리 사회 대ㆍ중소기업간의 양극화가 이같은 문제를 불러일으켰다는 분석을 내놓고 있다.
고용노동부에 따르면 2014년 기준 300인 이상 대기업의 고용비중은 14.5%에 불과했고, 중소기업의 고용비중은 85.5%에 달했다. 반면 국회 예산정책처가 밝힌 2012년 기준 대기업의 사내유보금은 460조3000억원으로 전체 사내유보금(538조9000억원)의 85.4%를 차지하는 '역전' 현상이 발생했다. 이런 상황에서 대기업의 막대한 사내 유보금이 일자리로 이어지지 않는 것이 청년실업의 근본 원인이라는 해석이다.
위평량 경제개혁연구소 연구위원은 "대기업의 사내유보금이 고용으로 이어지려면 새로운 투자가 있어야 하지만 이들은 성장ㆍ동력 확보에 있어 위험을 무릅쓰려 하지 않는다"며 "그렇다고 해서 관치(官治)처럼 사내유보금에 대해 족쇄를 채우는 것 보다는 중소기업에 대한 강력한 지원으로 상황을 역전시키면 고용의 질과 양이 모두 개선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선언적 수준의 일·가정, 퇴직 후 절벽 지원대책도 도마 위에 올랐다. 추후 대책이 나온다고는 하지만 빠르게 진행되는 고령화, 해결의 기미를 보이지 않는 여성들의 경력단절을 막기 위해 대책마련이 시급하다는 지적이다.
◆"옥상 문 잠근다고 자살 줄어드나…탁상공론"=정부가 야심차게 내 놓은 학생자살 방지대책 또한 '탁상공론'에 그치고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먼저 정부가 내 놓은 SNS 자살 징후 부모 알리미 서비스나 자살관련 유해 앱(App)ㆍ사이트 차단 소프트웨어 보급 등은 현실성이 떨어진다는 지적이다.
조영선 전국교직원노동조합 학생인권국장은 "교육현장에서 이미 적용되고 있는 유해 사이트 차단 앱 '아이스마트키퍼' 역시 이미 학생들 사이에 무력화 방법이 보급되고 있을 정도로 유명무실하다"며 ""실제 학교 현장의 고민과 동떨어져 있는 탁상행정"이라고 꼬집었다.
공동주택 옥상에 자동 개ㆍ폐장치 설치 기준을 마련하겠다는 대책 역시 현장과 괴리된 방안이라는 비판도 제기된다. 이미 대다수의 공동주택 옥상이 자살이나 기타 범죄 등으로 닫혀있는데다가, 옥상을 막는다고 해도 자살을 위한 다른 선택지들이 충분한 만큼 의미가 없다는 것이다.
일선 교육현장과 전문가들도 이번 대책이 한계적이라고 입을 모은다. 김동석 한국교원단체총연합 대변인은 "청소년 자살의 원인은 매우 다양한데 SNS 상의 데이터 만으로 자살징후를 파악ㆍ해결 하겠다는 것은 분명한 한계가 있다"며 "학생자살률 감소가 현살화 되기 위해서는 결국 학교ㆍ학부모ㆍ지역사회가 연계해 학생들의 고민과 가정문제 등을 해결할 수 있도록 시스템을 갖춰야 한다"고 조언했다.
권일남 명지대 청소년지도학과 교수도 "공동주택 옥상을 통제하는 것이 접근방지 효과는 있겠지만 하나의 전시적 행정이 될 수 밖에 없다"며 "정부가 근본적으로 아이들이 에너지를 발산하고 스트레스를 해소 할 수 있도록 돕는 정책을 마련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유제훈 기자 kalamal@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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