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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너없는 은행, 사외이사는 '정부측 이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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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금융 지배구조 리스크②]'물귀신 관치'

이사회 내 소위원회 통해 CEO 추천, 선임, 해임 막강 파워
위에서 점찍은 한명이 좌지우지하기도…정권교체땐 사퇴압박


[아시아경제 임선태 기자]관치(官治)로 멍들어가는 대한민국 금융의 지배구조 리스크에서 사외이사들도 결코 자유로울 수가 없다. 기업 총수의 독단을 막기 위해 외환위기 이듬해인 1998년 국내에 도입된 사외이사 제도가 은행권에서는 외풍을 확전시키는 매개체로 작용하곤 하기 때문이다.

오너십이 없는 은행권에서 사외이사는 이사회를 장악하는 주요 의사결정 과정의 최상위 지배자다. 이사회 내 소위원회를 통해 최고경영자(CEO)를 추천, 선임, 해임할 수 있는 권한을 갖는다.


사외이사 관치의 대표적 사례는 'KB금융지주 이사회 의장 사퇴'다. KB금융지주 이사회 의장이었던 조담 전남대 교수는 2010년 2월 돌연 의장직에서 물러나겠다고 선언했다. 공식적인 사퇴 사유는 사외이사 임기를 5년으로 제한하는 모범규준 제정 때문이었지만 업계에선 금융 당국 압박이 작용했다는 평가가 지배적이었다.

2009년 KB금융지주 이사회가 강정원 전 국민은행장을 KB금융 회장으로 내정한 것이 화근이었다. 이명박 대통령 대선 캠프에서 활동하면서 정권 실세로 분류됐던 황영기 KB금융지주 전 회장(현 금융투자협회장)과 힘겨루기를 했던 강 전 행장을 회장으로 선임한 괘씸죄가 결국 의장직 사퇴로 이어진 것이다.


이후 이경재 KB금융지주 의장이 이끄는 이사회는 정권 최측근으로 분류됐던 어윤대 전 국가브랜드위원회 위원장을 신임 회장으로 선임했다. 공교롭게도 이경재 의장은 정권이 바뀐 이듬해인 2014년 11월 임기를 남겨둔 채 사퇴를 선언했다. 표면적인 이유는 KB 내분 사태에 대한 책임이었지만 사실은 당국의 압박이 작용했기 때문이다. 정권이 바뀔 때마다 이사회 의장이 교체되는 악순환이 반복된 것이다.


전성인 홍익대학교 교수는 '금융회사 지배구조 선진화 연구'라는 제목의 보고서를 통해 "(우리나라 금융권에서는) 독립적인 사외이사가 선임되지 않는다"며 "학연, 지연, 기타 사회활동을 통한 관계형성을 통해 사외이사가 될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국내 주요 은행 사외이사 현황을 보면 이 같은 문제가 여실히 드러난다.


NH농협금융지주 사외이사 4명은 모두 정부와 직ㆍ간접적으로 얽혀 있다. 전홍렬, 손상호 사외이사는 전 금융감독원 부원장, 부원장보를 역임했고 민상기, 김준규 사외이사는 전 기재부 금융발전심의위원회 위원장, 검찰총장을 지낸 인물이다.


NH농협금융지주 사외이사 중 2명은 회장추천위원회(회추위)에 참여한다. 농협중앙회장이 추천한 1명, 이사회 추천의 외부전문가 2명 등 총 5명이 회추위 구성원인 점을 감안할 때 정부의 입김이 작용할 개연성이 높다. 금융위원장으로 내정된 임종룡 전 회장 후임으로 조원동 전 청와대 경제수석이 하마평에 오른 점도 같은 배경이다.


우리은행은 4명의 올해 신임 사외이사 중 3명이 정치권 출신이거나 정치권과 연관이 있다. 정한기 사외이사는 박근혜 대통령 대선 캠프에서 활동한 '서금회(서강대 출신 금융인 모임)' 멤버다. 홍일화 사외이사는 한나라당 부대변인과 17대 대통령선거대책위 부위원장을 맡은 정피아다(정치+마피아). 천혜숙 사외이사 남편은 이승훈 청주시장(새누리당)이다.


하나은행 박봉수 사외이사는 대통령 비서실 정책기획비서관, 국회 재정경제위원회 수석전문위원을 거친 인물이다. 김영기 사외이사는 금융감독원 출신, 이기배 사외이사는 대검찰청 공안부장 출신이다. 정영록 사외이사는 외교부 주중 경제공사를 거쳤다.


금융권 고위 관계자는 "정부ㆍ정권을 배경으로 한 사외이사 목소리가 더 큰 것은 공공연한 비밀"이라며 "사외이사 제도의 순기능을 살리기 위해서는 정치적인 사외 이사를 배제하는 게 급선무"라고 지적했다.


이와 관련해 최근 은행들이 경쟁사 임원을 사외이사로 스카웃하는 것은 주목할 만하다. 기업 경쟁력을 확보하는데 출신 성분을 따지지 않겠다는 의도이지만 결과적으로 정치적 인물을 배제할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임선태 기자 neojwalker@asiae.co.kr
<ⓒ투자가를 위한 경제콘텐츠 플랫폼,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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