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토교통부의 일부 공무원들이 해외출장을 가며 항공사들로부터 무료로 좌석 업그레이드(승급) 특혜를 받은 사실이 드러나 무더기로 징계를 받게 됐다. 국토부는 어제 참여연대의 의혹 제기로 감사를 벌여 승급 횟수나 지위 등을 감안해 4명을 징계하는 등 37명을 문책하기로 했다고 발표했다. 국토부는 또 자체 개선 방안을 마련하고 각 항공사에 국토부 공무원의 좌석 승급 금지를 요구하기로 했다.
국토부에 따르면 주택ㆍ토지 분야에서 일하는 5급 직원 2명은 좌석을 일반석에서 비즈니스석으로 업그레이드하고, 그 비용을 업무 관련성이 없는 업체에 떠넘겼다. 한 과장급은 항공회담 수석대표로 3차례 외국 출장을 가면서 항공사로부터 좌석 승급을 받았다. 한 6급 직원은 가족 좌석을 승급해달라고 항공사에 요청한 것으로 드러났다.
항공회담 대표의 좌석 승급이 국제 관례이고, 6급 직원의 가족은 좌석을 승급받지 못했다고 항변했다지만 설득력이 없다. 공무원들은 국무총리 훈령 제595호 '정부 항공운송 의뢰에 관한 규정'에 따라 예산으로 공무상 여행할 경우 자국적 항공기를 이용하면서 할인 혜택을 받아왔다. 일반인보다 싼 값으로 항공권을 구입하면서 승급까지 받는 것은 지나친 특혜다. 교통ㆍ숙박 등의 편의를 제공받으면 국토부 훈령(공무원행동강령)에도 어긋난다. 국민이 지지하는 김영란법도 공직자들의 그런 그릇된 관행을 고치자는 것 아닌가.
공무원의 낮은 준법정신과 도덕성도 문제지만 시민단체의 요구에 마지 못해 감사를 벌이고 솜방망이 처벌을 내리는 국토부 태도는 더 큰 문제다. 국토부는 2011~2012년 서울지방항공청 직원 6명이 항공기 좌석 승급으로 총 1505만원 상당의 교통편의를 제공받은 사실을 올해 초 밝혀내고도 주의와 경고 처분만을 내렸다. 징계가 그렇게 가벼우니 과연 특혜를 내려놓을 의지가 있는 것인지 의심받는 것이다.
공무원들의 항공기 좌석 승급 '갑질'은 국토부만의 일 일까. 소위 힘 있는 부처 공무원들이 관행적으로 그런 행태를 보여 왔다는 것은 공공연한 비밀이다. 차제에 모든 정부기관의 항공기 승급 특혜 실태를 조사하고 그런 일이 재발하지 않도록 제도적 조치를 내리기 바란다. 정부에 대한 신뢰가 살아나려면 공직자의 특권 의식부터 없어져야 한다.
<ⓒ투자가를 위한 경제콘텐츠 플랫폼,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