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플페이, 구글월렛 이어 삼성페이 등장
국내선 다음카카오와 네이버 전쟁 예상
[아시아경제 안하늘 기자] 전 세계 모바일 결제시장을 선점하기 위해 애플, 구글, 삼성 등 정보기술(IT) 공룡들이 치열한 경쟁을 벌이고 있다.
팀 쿡 애플 최고경영자는 9일(현지시각) 미국 샌프란시스코 예나 부예나 아트센터에서 열린 신제품을 발표회에서 "자판기 앞에서 구겨진 지폐를 펴기 위해 애쓰는 시절은 갔다"고 말하며 결제시스템의 변화를 예고했다. 구글은 구글월렛을 안드로이드 스마트폰에 기본 탑재할 것을 발표했다. 삼성도 갤럭시S6를 통해 삼성페이를 내세울 계획이다.
시장조사기관 가트너에 따르면, 올해 세계 모바일 결제 거래액은 4909억달러(약 550조)에 이른다. 2017년까지는 7210억달러(약 800조원)까지 성장할 것으로 예측된다. 이 거대한 시장을 탈환하기 위한 전쟁이 시작된다.
주도권을 잡은 건 애플의 애플페이다. 팀 쿡 애플 최고경영자(CEO)는 최근 미국 3대 카드 네트워크에서 플라스틱 카드 이외 결제 규모의 3분의 2 가량을 애플페이가 처리하고 있다고 밝혔다. 애플페이는 지난해 10월에 출시 돼, 5개월 만에 미국 전역의 금융기관 2500여곳과 제휴를 맺고 시장을 빠르게 선점했다. 게다가 4월에 출시될 애플워치에 애플페이 기능이 들어가면서 애플의 시스템이 더 확대될 예정이다.
하지만 일각에서는 애플페이가 근접무선통신기술(NFC)을 기반으로 한다는 것을 약점으로 지적했다. 오프라인 가맹점에서 NFC리더기를 갖춰야 하기 때문이다. 이에 쿡은 "미국의 애플페이 가맹점수는 초기보다 3배 늘어난 70만개를 기록했다"고 반박했다.
구글의 구글월렛은 서비스를 시작한 지는 오래됐지만, 애플페이가 급부상하면서 뒤늦게 전략을 재정비한 모습이다. 2011년 9월에 NFC 기반 구글월렛이 출시됐지만 애플페이와 같은 이유로 지지부진한 성장세를 보였다. 그러다 애플페이가 결제 시스템을 선점하려 하자 구글은 안드로이드 운영체제를 무기로 꺼냈다. 미국 시장의 80% 이상을 점유하고 있는 AT&T, 버라이즌, T모바일 등 3대 통신사와 제휴를 맺어 향후 출시되는 안드로이드 폰에 구글월렛을 기본탑재하기로 한 것이다. 하지만 애플페이와 마찬가지로 NFC의 한계를 지닌다는 지적과, 자사의 결제 시스템을 특정 플랫폼에 기본탑재하는 부분에서 독점 논란이 문제가 되고 있다.
삼성은 올 여름 삼성페이를 내놓고 결제 시장에 뛰어들기로 했다. 삼성페이는 NFC 뿐 아니라 마그네틱 단말기의 보안전송(MST)을 지원해 가맹점들이 기존의 카드 단말기를 통해 결제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당장 미국 전체 상점의 90%에서 활용 가능하다.
국내에서는 모바일 메신저를 보유한 다음카카오와 라인의 전쟁이 치열하다. 다음카카오는 카카오페이와 뱅크월렛 카카오로 영향력을 강화하고 있다. 뱅크월렛 카카오는 메신저 카카오톡과 연동해 사용자가 등록한 은행 계좌의 실제 돈을 뱅크머니로 바꿔 온·오프라인 결제에 사용하는 시스템이다. 카카오페이는 LG CNS의 카드결제 시스템을 채택해 모바일 간편 결제를 제공한다. 한번 카드를 등록하면 모바일에서 쇼핑할 때 원터치로 결제할 수 있다는 것이 특징이다.
이 두 서비스의 차이는 신용카드를 기반으로 하는지, 은행계좌를 기반으로 하는지에 있다. 카카오페이는 신용카드를 기반으로 한 간편 결제 서비스이기 때문에 송금기능이 없지만, 뱅크월렛 카카오는 은행계좌를 기반으로 해 송금기능을 지원한다. 하루 송금 한도는 10만원이다. 또한 카카오페이의 결제서비스는 금액한도가 없지만 뱅크월렛 카카오는 은행계좌의 잔액을 한도로 결제 가능하다.
네이버는 라인페이에 더불어 네이버페이를 내놓을 예정이다. 라인페이는 카카오페이와 비슷한 메신저 기반 결제 시스템이다. 라인이 일본 및 동남아시장을 주도하고 있다는 점에서 라인페이는 국내진출보다는 해외이용자를 대상으로 하고 있다. 일본에서는 이미 라인택시 서비스를 운영 중이다. 국내 이용자를 대상으로는 라인딜이라는 해외직구 서비스를 내놨다. 해외상품을 라인에서 직접 유통 및 판매까지 진행하고 있다.
네이버페이는 한국 메신저 시장에서 다음카카오에 뒤처지고 있다는 상황을 인식하고 다음카카오와는 다른 방식으로 접근한다. 네이버가 우위를 쥐고 있는 검색기능에 도움을 받아 네이버페이를 확대한다는 계획이다. 네이버 쇼핑사이트인 네이버체크아웃을 기반으로 올 상반기에 서비스를 시작할 예정이다.
안하늘 기자 ahn708@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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