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스코 회장 취임 1주년 앞둔 권오준
비핵심사업 과감하게 정리하고
기획·구매 등 경영임원도 절반 감축
부채 줄고 수조원대 현금 확보했지만
당기순이익 등 급감, '절반의 성공'
철강 본연의 기술력 강화에 올인
[아시아경제 고형광 기자] 권오준 포스코 회장이 14일로 취임 1주년을 맞는다. 그는 지난 1년동안 철강 본원의 경쟁력 확보에 주력했다. 방만경영과 경쟁력 추락, 재무구조 악화 등에 시달리던 조직을 바로잡는데 대부분의 시간을 보냈다. 경영임원 수를 절반 가까이 줄이는 등 조직을 슬림화하고 철강외 비핵심자산은 매각해 나가는 등 강도 높은 쇄신의 칼을 휘둘렀다.
권 회장은 지난해 3월 취임 직후 '위대한 포스코 재건'이라는 새로운 비전을 제시하고, 이를 실행하고자 '혁신 포스코 1.0'이라는 개념의 운동을 전개했다. 자만과 허울을 벗고 초심으로 돌아가자는 의미로, '1.0'에 새롭게(New), 하나(One)가 돼, 일등(Top)이 되겠다는 의지를 담았다.
이를 위해 권 회장은 조직 내부부터 추스렸다. 기존 기획재무, 기술, 성장투자, 탄소강사업, 스테인리스사업, 경영지원 등 6개 부문을 철강사업, 철강생산, 재무투자, 경영인프라 등 4개 본부제로 개편하고 기획, 구매 등 지원업무를 맡는 경영 임원을 31명에서 14명으로 절반 이상 감축했다. 주요 계열사 사장단을 포함해 대규모 교체 인사를 단행해 조직 전체에 긴장감을 불어 넣기도 했다.
이와 함께 권 회장은 주력인 철강을 제외한 비핵심사업은 과감하게 정리했다. 포스코특수강 지분은 세아그룹에, 포스화인 지분은 한앤컴퍼니에 매각해 수천억원의 현금을 확보했다. 대우인터내셔널과 포스코건설, 포스메이트 등 포스코 계열사가 갖고 있던 건물과 부지를 처분하기도 했다. 여기에 더해 1조원대의 포스코건설 지분매각 작업은 마무리 단계에 접어 들었고 5000억원으로 평가되는 광양 액화천연가스(LNG) 터미널 매각작업도 올해 마무리 지을 계획이다. 이렇게 확보한 현금은 3조~4조원에 이를 것으로 추산된다.
이같은 구조조정이 이어지면서 2013년 30%에 달했던 포스코의 부채비율(단독 기준)은 지난해 20%초반대까지 떨어졌다. 작년 3조원대 영업이익을 회복하며 지난 3년간의 하락세를 떨쳐 버리기도 했다. 그러나 여기까지였다. 지난해 당기순이익은 5570억원으로 전년의 1조3550억원에 비해 무려 60%나 급감했고, 순이익률도 2.2%에서 0.9%로 하락했다. 지난해 말 기준 총차입금은 27조4280억원으로 2013년 말에 비해 1조원 이상 늘어났다. 재무구조 개선 작업은 아직 갈 길이 멀다. '절반의 성공'인 셈이다.
이를 의식한 듯 임기 2년차에 접어드는 권 회장은 재무구조 개선에 속도를 내겠다는 의지를 잇따라 표명했다. 그는 지난달 기업설명회에서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재무구조 개선에 박차를 가하고 철강 본원 경쟁력 강화에 더 매진하겠다"고 말했고, 지난달 말 임직원을 대상으로 한 특강에서도 "비핵심 신사업 정리를 통해 자산관리를 효율화함으로써 그룹 재무구조를 개선하겠다"며 재무구조 개선의 의지를 거듭 강조했다.
이를 위해 권 회장은 올해 비(非)핵심 사업의 자산을 매각해 구조조정을 가속화하는 한편 포스코의 경쟁력 강화를 위해 첨단산업 발전에 필수적인 리튬과 니켈 등 원천소재와 연료전지, 청정석탄화학 등 청정에너지 사업에 그룹의 신성장 역량을 집중한다는 계획이다.
특히 권 회장은 철강 본연의 경쟁력 외에 위기를 극복하기 위한 또 다른 전략으로 '기술기반 플랫폼 사업(TPB)'을 제시했다. 권 회장은 "우리가 갖고 있는 파이넥스(FINEX) 기술을 5개 철강사에 주고 그들의 기술을 하나씩 받아오면 결과적으로 6가지 기술을 갖게 된다"며 "철강, 비철, 에너지 등 포스코가 갖고 있는 기술로 외부와 제휴를 맺으면 포스코의 비즈니스 영역이 더욱 확대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포스코가 자체 개발한 '파이넥스 공법'은 자연상태 가루 철광석과 일반탄을 바로 사용해 쇳물을 생산해낼 수 있는 제철 기술로 공해 물질을 대폭 줄이고, 생산원가도 같은 규모 용광로보다 15% 낮출 수 있는 장점이 있다.
아울러 권 회장은 상장요건을 갖춘 그룹 계열사들은 적절한 시기에 기업공개(IPO)나 보유지분 매각을 통해 유동성을 최대한 확보해 나간다는 뜻도 내비쳤다. 새로운 1년을 맞이하는 권 회장의 '포스코 1.0' 구상이 포스코에 어떤 변화를 일으킬지 재계가 주목하고 있다.
고형광 기자 kohk0101@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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