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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KB금융에 어른거리는 '정치금융'

시계아이콘읽는 시간49초

지난해 심각한 경영진 내분 사태를 빚은 KB금융그룹이 이번에는 경영진 인사와 지배구조 개선 논의 등에서 파행을 연출하고 있다. 내분 사태에 책임을 지고 물러났던 전 임원들이 불과 몇 달 만에 경영진으로 복귀하면서 그 배후에 정치권의 압력이 작용하고 있다는 소문이 파다하다.


특히 지난해 11월 취임한 윤종규 KB금융지주 회장 겸 국민은행장이 스스로 국민은행 경영에 집중하기 위해 추진해온 금융지주 사장직 부활이 계속 보류되는 것을 둘러싸고 뒷말이 많다. 압력성 인사청탁이 줄을 잇자 윤 회장이 아예 보류시키고 있다는 것이다. 금융 경력이 전무한 전 국회의원과 박근혜 대통령 대선캠프 출신 금융인 등이 그 자리를 노리고 있다고 한다.

박지우 전 국민은행장 대행이 지난주 계열사 대표이사 후보 추천위원회에서 KB캐피탈 사장 후보로 결정된 것을 두고도 설왕설래가 이어진다. 지난해 내분 사태와 관련해 책임을 지고 물러난 인물인 데다가 박 대통령이 졸업한 서강대 출신의 금융인 모임인 '서금회'의 회장을 지낸 경력 때문이다. 지난 1월 이후 공석인 국민은행 감사 자리에 후임자가 선임되지 않고 있는 것과 관련해서도 정치권 외압설이 제기되고 있다.


경영권 안정화를 목적으로 현직 최고경영자(CEO)에게 후임자 선정 시 우선권을 주는 방안이 추진되는 것도 잡음을 불러일으키고 있다. 이는 지배구조 개선의 일환으로 논의돼온 방안이지만, 이달 하순에 열릴 주주총회의 결의에 따라 퇴진할 기존 사외이사들에 의해 추진되고 있다는 점에서 논란이 되고 있다. 내정된 후임 사외이사들은 이 사안이 굳이 그렇게 서둘러야 할 일이 아니라고 생각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윤종규호 KB금융그룹이 출범한 지 석 달이 넘도록 외압 탓에 경영진 구성을 완료하지 못하고 삐걱거리고 있는 것은 정상이 아니다. 이와 관련해 관치금융을 넘어 정치금융의 시대가 도래했다고 개탄하는 이들이 많다. 국내 최대 금융그룹이 여전히 이 모양인데 한국 금융의 미래를 어떻게 낙관할 수 있겠는가. 윤 회장의 리더십도 문제 삼지 않을 수 없다. 정치금융에 휘둘리는 허약한 리더십이라면 주주와 고객의 신뢰는 아예 기대하지 말아야 할 것이다. 투명한 경영으로 정치금융의 검은 그림자를 물리치는 모습을 보여줄 수는 없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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