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류정민 기자] 지난 3일 '김영란법'이 국회를 통과한 뒤 전개되는 상황은 '황당' 그 자체다. 국회 법제사법위원장은 대놓고 '졸속처리'라고 비판하고, 여야는 김영란법 통과 직후 보완입법을 공언하고 있다.
대한변호사협회는 김영란법 국회통과를 환영한다면서도 헌법재판소에 위헌여부를 묻겠다고 밝혔다. 위헌법률이라면서도 환영 입장을 내놓는 어색한 풍경을 어떻게 이해해야 할까.
문제의 원인은 '프레임의 덫'에 있다. 개혁 대 반개혁의 프레임에 갇혀 쉬쉬하며 눈치를 보다 문제를 키우고 말았다. 김영란법 문제를 지적하면, 처리를 반대하면 '반개혁'일까. 공직사회 부패척결에 반대하는 것일까. 여론에 반개혁으로 찍힐 지도 모른다는 우려 속에 다들 뒷짐을 지고 있었다.
정치권이나 법조계나 마찬가지다. 그렇게 방치한 김영란법은 '괴물'처럼 변해갔다. 김영란법에 담긴 내용은 헌법의 기본인 명확성의 원칙, 과잉금지 원칙, 평등의 원칙이 훼손된 채 국회를 통과했다.
김영란법은 공직자(언론인·사립교원 포함)와 배우자 등 국민 300만명에게 영향을 미치는 법이다. 이제 칼자루는 검찰이 쥐게 됐다. 뇌물죄 수사에서 검찰 최대 고민은 대가성 입증이었다. 하지만 김영란법은 대가성 입증 없이도 처벌할 수 있는 길을 열어줬다.
검찰이 살아있는 권력 앞에서도 공정한 법의 잣대를 들이대는 기관이라면 큰 문제는 없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검찰이 그런 모습을 보일 것이라고 믿는 이들은 얼마나 될까. 공직자를 둘러싼 '묻지마 고발'이 쏟아지고 제보가 이어질 경우 검찰은 어떻게 할까.
모두를 수사대상으로 삼을까 아니면 선별해서 수사를 할까. 결과는 불을 보듯 뻔하다. 선별 과정에서 '표적수사' 논란은 예고된 수순이다. 수사권한이 막강해진 검찰은 이미 표정관리에 나섰다. 조용히 주어진 칼날을 휘두를 준비를 하고 있다.
'법의 과잉'이라는 말이 있다. 처벌 대상을 넓히고 수위를 올린다고 효과도 비례하는 것은 아니다. 오히려 법의 실효성이 흔들리고, 칼자루를 쥔 쪽의 전횡을 부추길 뿐이다.
류정민 기자 jmryu@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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