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린피 0원에 4박5일 81홀도 40만원, '골프활성화 방안'은 역부족
[아시아경제 손은정 기자] "그린피가 0원?"
충북 태안의 현대더링스골프장은 지난주 '그린피 제로' 이벤트를 열었다. 무려 5일간, 36홀을 모두 개방했다. 전남 군산골프장은 국내 최대의 81홀 규모에 맞춰 '81홀 플레이'를 진행했다. 골프장업계가 불황을 타개하기 위해 '출혈경쟁'을 펼치고 있는 현주소다. 하지만 돌파구가 되기에는 역부족이다. 관련업계에서 "최근 골프활성화를 표방한 정부의 지원이 절실하다"고 고대하는 이유다.
현대더링스는 2월 마지막 주 골프장을 아예 무료로 개방해 화제가 됐다. 김흥섭 서비스마케팅 파트장은 "신설이라 홍보가 필요했고, 박근혜 대통령이 강조한 골프활성화 정책에 부응한다는 취지에서 마련했다"며 "순식간에 티타임이 100% 소진됐다"고 했다. 군산은 2박3일이든 4박5일이든 상관없이 숙박비는 공짜, 그린피가 40만원에 불과했다는 점이 뉴스가 됐다. 2월 말까지 기간을 연장해 주중에는 81홀에 26만원만 받았다.
골프장 대다수는 이처럼 동절기 할인은 물론 연중 그린피 인하 이벤트를 펼치고 있다. 지방의 경우 1박2일짜리 초저가 패키지도 수두룩하다. 출혈경쟁이든, 홍보 마케팅이든 골퍼들에게는 반가운 소식이다. 문제는 골프장의 적자 경영이 이미 한계에 이르렀다는 점이다. 전국 500개 골프장 가운데 80여곳은 빚이 자산보다 큰 자본 잠식상태, 20여곳은 법정관리 중이다.
박근혜 대통령의 '골프 활성화' 지시에 촉각을 곤두세우는 까닭이다. 문화체육관광부는 일단 법정관리나 도산 등 경영상태가 부실한 회원제를 대중제로 전환하는 구조조정 방안을 검토하고 있고, 캐디와 카트 이용을 고객이 결정할 수 있는 선택제 도입 확산을 서두르고 있다.
카트이용료는 팀 당 평균 8만원, 캐디피는 10~12만원 수준이다. 셀프플레이를 하면 비용이 1인당 5만원 가량 줄어든다는 계산이다. 공공 부문 골프장에는 전면적으로 도입하고 민간 골프장까지 확대한다는 방침이다. "회원제에 부과되는 체육진흥기금(1인당 3000원)을 일반 체육 예산이 아닌 골프 분야에 한정한다"는 방안도 논의되고 있다.
골프장업계가 강조하는 중과세 개선은 그러나 요원한 상황이다. 회원제에는 더욱이 개별소비세(2만1120원)까지 부과되고 있다. 관련업계는 "중과세 개선은 당장 어렵다 하더라도 골프장 내 주택 및 숙박시설 건립과 골프장 시설의 용도 전환, 퍼블릭의 체육시설 지정 및 회원 모집 허용 등 실질적인 대책 마련이 시급하다"며 "적어도 다른 체육 종목과의 형평성은 맞춰줘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손은정 기자 ejson@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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